제4회 사랑의 편지쓰기 공모전 대상 수상작

그리운 엄마께

                                                                                                                             이춘희

이제야 바느질이 다 끝났네요.
엄마에게는 전혀 입히고 싶지는 않지만 먼 나들이 가실 때 입고 가시라고 삼베로
호상 옷을 만들었어요. 꼭 제가 만들고 싶었거든요.
한호와 강서방도 옆에서 삼베손질 하는 것 도와주어서 조금은 빨리 만들 수 있었네요...
제가 바느질을 처음 배우려고 할 때 고생이 된다고 엄마는 반대를 했었잖아요.
전 학교 과제물 제출해야 한다며 학원까지 다니며 배우기도 했는데..
그때는 바느질이 왜 그리도 하고 싶었는지...
사실 지금까지 바느질 배운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때 바느질 배우길 잘했지 뭐...
젊어서 배웠기에 지금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입고 싶은 옷 골라서 만들어 입고,
한복 즐겨 입는 엄마에게도 마음껏 해드려 멋쟁이 아줌마라는 소리까지 듣게 해주고, 지금은 호상옷까지 해 드릴 수 있으니 제 마음이 편하잖아요.

엄마.
삼베로 수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큰 오빠 내외가 좋은 삼베를 사가지고 왔어요.
빨고 다듬고 해서 속저고리 저고리, 속속곳, 속바지 단속옷, 치마 원삼과 여모, 악수버선, 습신, 오낭, 면목, 복보베게와 천금지요, 소렴금. 그리고 보니 가짓수가 참 많네...

관습상 윤달에 수의를 만들면 오래 산다고 모두들 윤달에 만드는데 저는 윤달에
미리 만들지 못해 죄송해요.
하지만 정성껏 엄마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돌아가신 분이 입는 옷이라 생각하면
손이가지 않고 무서울 수도 있을텐데, 엄마가 입을 옷이라 생각하니 자꾸 만지고
펴 보게 되네요.
엄마의 건강이 전과 다르게 조금씩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제 마음이 조급해져요.
우리 엄마는 생전 안 아플줄 알았는데...
그리고 할머니가 될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허리도 굽고 눈도 희미해져 돋보기까지 낀 할머니가 되어 있고,
흰머리 뽑아 달라고 하시던 엄마가 이제 흰머리가 검은머리보다 많아진 것을
볼 때 차마 흰머리를 뽑아 드리지 못했었죠.
엄마가 몇 차례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 할 때마다
제 마음은 죄스러움 뿐이었답니다.
4남매 중 막내를 유난히 사랑해 주시던 엄마에게 그 사랑의 반의반도 못 해드린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이제는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 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이것저것 엄마에게 속상하게 해드린 것도 생각나고, 엄마에게 무관심했던 일도
생각나는 거예요,
엄마는 저의 잘못을 모두 잊어 버리셨죠? 하지만 전 아직도 엄마에게 용서를
빌지 못했던 잘못이 생각나는군요.
대학 다닐 때 엄마와 말다툼을 한 뒤로 엄마에게 몇일 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것...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엄마가 매일 맞아야 했던 인슐린 주사를 놔 드리지 않고 혼자 맞게 했던 일은 지금도 생각하면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당뇨병이라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마져야 했는데 제가 토라지는 바람에 주사를 놔드리지 못했잖아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나온답니다.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엄마...
 몇 해 전 큰언니와 작은 올케가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후로 엄마는 말할 기력을 잃어버리셨죠...
그 이후로 웃음도 잃어버리고 당신이 죄인인양 가슴 아파 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또한 마음이 아팠답니다.
인명이 하늘의 뜻인걸 알면서도 두 언니와 엄마의 웃음과 즐거움까지 빼앗아간
그 슬픔이 싫었어요.
그 후로 엄마의 병도 날로 악화되고...
엄마! 이제는 모두 잊고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결혼해서 아이들 키우느라 엄마에게 소홀히 했던 것 용서해 주시고 이제라도 막내딸 사랑 받으시면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지내요.
아빠가 늘 엄마 곁에서 병수발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빨리 쾌유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만든 호상 옷 영영 입지 않아도 제가 화 내지 않을테니
걱정 마시고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세요.
생각나시죠? 엄마와 제가 시간날 때마다 남대문 시장이며, 동대문 시장에 자주 갔었던 것. 그 곳에 가야 사람 사는 것 같다며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보고 국수며 떡볶이, 순대도 사먹고 꽃무늬 원피스도 사주시고, 꽃시장 가서 장미며 국화도 사서 화병에 꽂던 것,
그땐 다리 아픈줄도 모르고 많이도 돌아 다녔잖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즐거워져요.
엄마... 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또 남대문 시장으로 쇼핑가도록 해요.
약속해요...꼭...
엄마 사랑해요.

2005년 6월 막내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