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의 도시 뻬떼르부르그까지는 750km정도로 1시간여의 비행이 소요됐다.
우리가 뻬떼르부르그를 일정에 넣은 것은 단순히 관광 목적에서가 아니라 그곳이 제정 러시아를 붕괴 시키고 지구상에서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게 되는 10월 혁명의 본거지이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교포가 운영하는 ‘신라’라는 한식당으로 이동하여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식당 주인인 이균철(54)씨가 일행중 약사인 장경옥, 이미연 위원과 인연이 있는게 아닌가!.

국내에서 모 제약회사에 근무했던 이씨는 수년간 김포지역 약국을 거래 하였고 이런 연유로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안부를 주고 받았고 일행들은 그들의 만남을 축하해 주었다.

세상은 참으로 넓기도 좁기도하여 언제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지 모를 일이기에 남에게 악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지난해 독일에서 조진남 간사가 대학 동창을 만났던 사실을 떠올리며 그러한 생각은 더욱 깊게 가슴에 다가왔다.

식사를 하고 PRIBALTISKAYA HOTEL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되었다. 그러나 백야로 인해 아직 밖은 우리의 저녁 같은 낮이었다.

창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소련 사회주의 시절 만민 평등을 부르짖으며 지어진 호텔 건너편 대형 아파트들은 그 빛깔만큼이나 침울하게 보였고 네바강의 모습이 이국에서의 밤을 허허롭게 만들었다.

밖에 나가서 술집 풍경이라도 경험하고 싶었지만 우선 전혀 언어가 통하지 않고 또한 이 지역에서 스킨헤드들의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는 설명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잠을 청하기 위해 못 먹는 술을 한모금 마시고 자정이 지나서야 잠에 취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2의 암스텔담 뻬떼르부르그
 9일 아침 눈으 뜨니 새벽 6시였다.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TV에서는 그 날이 전승 60주년 기념일이라 부시 미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49개국 정상들의 방문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었다.

어쩌면 푸틴은 1991년 11월 7일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 되고 신러시아로 회귀한 후 세계인들에게 각인 됐던 러시아의 혼란과 빈곤이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다시 비상하는 러시아의 모습을 보여주어 세계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일행은 오전 9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이 도시를 건설한 피터 대제의 여름 궁전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모습은 마치 17세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이 들게했다. 바로크 풍의 예스런 건물들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나 체코의 프라하처럼 유럽풍의 고급스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쌍뜨뻬떼르부르그는 우리말로 ‘성스런 베드로의 도시’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이름을 되찾기까지 이 도시는 러시아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다르게 불리어져 왔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 도시를 처음 세운 피터 대제의 피터라는 이름이 러시아 표기로는 뾰뜨르이고 독일식은 뻬떼르이며 네델란드 어로는 피터 그리고 로마식으로는 베드로라고 한다.
피터 대제는 처음에는 뻬제르부르크라고 했다가 1914년 1차대전이 일어나자 적국의 표기를 지워버리고 러시아식으로 뻬뜨로 그라드로 했다. 그후 1917년 이곳에서 10월 혁명이 발발하고 제정 러시아가 붕괴하자 정권을 잡은 레닌은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겼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하자 권력을 잡은 스탈린이 이 곳을 레닌그라드로 부르게 하여 1991년까지 이어지다가 소련의 붕괴와 함께 지금의 이름을 다시 찾았다고 한다.

뻬떼르부르그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이 곳은 본래 습지지역으로 86개의 강과 101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터대제는 유럽으로의 진출을 위해 이곳에 요새와 무역항을 건설 하였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습지를 메꾸기 위해서 이곳을 출입하는 상선들은 그 비용을 돌로 지불하도록하여 그렇게 받은 암석으로 습지를 메꾸어 도시를 건설했다니 참으로 기가찰 노릇이다.

피터대제는 서자로 태어나 갖은 고통을 겪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된 후 ‘러시아 인들이여 황제를 위해 싸우지 말고 조국 러시아를 위해 싸우자’는 명언을 남겼으며 역대 가장 훌륭한 황제라는 평을 듣고 있다.

 뻬떼르부르그는 섬과 섬을 연결하기 위해 총 365개의 다리가 거미줄처럼 도시를 연결하고 있으며 네바강을 중심으로 각각의 강들이 서로 얽혀 있어 ‘북방의 베네치아’ ‘제2의 암스텔담’ ‘북쪽의 파리’라는 명성을 들을 정도로 강을 끼고 만들어진 아름다운 도시다. 뿐만아니라 궁전과 사원의 도시라고 할만큼 화려한 왕궁과 고풍스런 교회들이 자리잡고 있어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