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지정과 관련해 야생조류보호협회와 습지지정반대범시민대책위 간의 신경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두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상대방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을 폄훼하는 내용을 여과없이 발표하며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기흉한 난타전이다.

여기에다 일부 언론사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두 단체 대표들의 사생활까지 악의적으로 왜곡돼 떠돌아 다니는 등  비방과 폭로성 글들로 도배 되다시피 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인  이 글들은 관리자에 의해 곧바로 삭제됐지만 파문은 커지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두 단체의 비방전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승자없는 다툼을 계속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모름지기 시민·사회단체들의 역할은 정책에 대한 시민적 합의 도출과 이를 통한 정책제언등이 목적이 돼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시민들을 대표하는 단체라면 그 책임에 대한  잣대가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단체가 보이고 있는 일련의 행동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습지지정과 관련한 일방적인 찬성과 대안없는 반대는 소모적일 수있다. 환경부가 졸속으로 습지지정절차를 밟는다고는 하나 이를 슬기롭게 대처해야할 과제가 이 두단체에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그만큼 두 단체의 비중이 커진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견해를 달리한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비수와 다름없는 폭언과 비방을 일삼는다면  소아적 행동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두 단체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양론은 엄연히 존재한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상대방을 존중하며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설득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폭력적인 언사를 사용한다면 단체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다.

또 다른 하나는 토론과정의 생략이다. 현지답사 등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다면 무엇이 김포시민을 위한 것인가를 알았을 텐데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로지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김포시를  위해 일하고 있고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아집을 부리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싸움이다.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환경부는 주민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싸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이들 단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곱지않다. 진정성 회복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충고도 나오고 있다.

감정은 이성으로 다스릴 수있다. 어차피 단체 태동의 배경이 김포의 백년지대계를 위한 것이 였다면 좀더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