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주년 6.25 전쟁의 회고
'6,25 전쟁을 상기하자'

6.25참전유공자회 회원 이일희

저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으로서, 그때의 상처를 지니고 55년 동안이나 살아온 6.25의 증인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3개월전, 김일성의 숨 가쁜 군사 외교 협력이 진행되고 있었다. 1950년 3월 30일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스탈린에게 3단계 남침공격계획 작성을 제의했고, 5월 15일에는 선제공격계획이 완료되자 모택동이 이를 찬성했다.

미국의 참전에 대비해 중국도 병력을 파견해 돕겠다는 약속까지 얻어냄으로써 힘을 얻은 김일성은 소련의 무기가 도착돼 전투준비가 완료되는 6월 25일 남침공격 개시일로 결정했다.
이처럼 한국전쟁은 소련이 치밀하게 남침 전쟁계획을 세워 북한국을 잘 훈련된 부대로 편성하고 제병협동작전 능력과 현대전 수행능력을 충분히 갖춘, 사전 준비된 전쟁이었다.

55년전 그날, 이땅위에서는 한민족 5천년 역사이래 가장 많은 약 150만명의 유엔군인의 참전으로 '국제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우리민족이 950여회라는 외침을 받았지만, 3년 1개월동안 전개된 한국전쟁에서처럼 방방 곡곡을 전장터로 삼아 이처럼 많은 인원이 크고 작은 전투를 치른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는 우리 민족사를 뛰어 넘어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전쟁이었다. 전쟁의 원인과 성격을 놓고 세계 유수의 학자들이 제각기 이론과 학설을 내세우며 최근까지 논쟁을 벌였던 것이 바로 한국전쟁인 것이다.

미국의 1개 주보다 작은 한반도에 유엔의 깃발을 들고 파병된 군인들이 치렀던 전쟁은 그 참전국의 규모면에서 세계대전에 버금 가는 국제적 내전이었다.

피해면에서도 한국군 62만명, 유엔군 16만명, 북한군 93만명, 중공군 100만명, 민간이 피해 25만명, 이재민 360만명, 전쟁미망인 30만명, 전쟁고아 10만명, 그리고 이산가족 1,000만명 등 전체 피해인원 1,800여만명은 당시 남북한 인구 3,000만명을 고려할 때, 그 절반을 훨씬 넘는 숫자로 이 전쟁의 참혹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국 전쟁은 낙동강과 압록강을 오가면서 빼앗기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중에 한편에서는 정전회담을 하는 등 상반된 전투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 전쟁이었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38도선에서 시작된 전쟁이 38도 선상에 연하는 휴전선에서 다시 분단의 아픔을 남겨 놓은채 역사의 동면상태로 들어갔고 어느새 5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의 참혹한 전쟁에서 휴전이 되기까지 3년 1개월간 계속된 공방전은 그야말로 온 산하를 피로 물들게 하였고 백마고지, 철의 삼각지대, 불모고지 등 수없이 많은 고지와 능선에서의 혈전을 벌였던 그때의 처절한 전투상황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한국전쟁중 가장 어려운 시기인 낙동강 방어 및 1.4 후퇴시에 우리는 역사적 저항정신과 상무정신으로 무장했고 이러한 국민총화 정신이 최후의 보루로서 민족적 생존을 지켰기에 반만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회생시킨 것이다.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더 이상 이땅에서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리고 역사를 반추해 볼 때, 전쟁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원인제공도, 환경조성도 바로 그 주체는 우리들 자신에 있다. 우리 선조는 조선시대 200년간의 평화로운 시대에 군비를 소홀히 하고, 오직 정권획득을 위한 당파 싸움에만 몰두한 나머지 결국 임진왜란을 자초했다.

6.25전쟁도 완전 무방비상태에서 기습공격을 당했으니, 두번에 걸쳐 민족적 비극을 되풀이한 것은 유비무환의 정신이 부족해 국방의 소홀함과 안일한 대비테세로 이어졌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오늘날 국방이 갖는 국가의 힘은 희생을 치른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거울 삼아 미래를 확고하게 준비하는 장기적 비전과 전략의 토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000년 6월 13일부터 3일간 남북 정상회담에서 50여년간의 반목을 제거하고 남북이 상생의 터전에서 민족화합과 공존을 다짐하였지만 이 또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사회 일각의 환상적 통일관과 무분별한 언동으로 정상회담의 본질적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포하면서 우리 모두 자유와 평화수호를 위한 범국민적 안보의지를 결집하는데 매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