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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우아하다는 뜻을 가진 붉은
광장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2시 20분에 러시아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붉은 광장으로 향했다.
레닌 대로를 달리다보니
유난히 중앙차선이 넓게 표시되어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모스크바는 교통체증이 심한데 고위층이나 긴급 차량을 위해 중앙선을 넓게 표시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직도 사회주의의 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토록 막힌다는 모스크바는 한산하기까지 했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군인과 경찰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승 60주년을 맞아 주민들의 통행이 제한되고 제한구역의 시민들은 별도의 통행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대부분의 시민들이 귀찮아서 외출을 안 하거나 또는 시외로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란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삼성과 현대 그리고 LG 등 낯익은 우리 상표가 은근히 자부심을
갖게하는 가운데 버스는 붉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러나 전승기념 예행연습으로 인해 광장 안으로 들어 갈 수는 없었다.
붉은 광장엔 러시아의 육해공 부대들이 집결하여 붉은 깃발을 흔들며 나름대로의
제식훈련을 반복하고 있었고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빼곡히 턱을 길게 빼고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붉은 광장은 검은 색 이다. 그러나 이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고 하는 뜻에서 러시아인들은 붉운 광장이라 불렀으나 후에 사회주의가 들어 선 후 메이데이나 혁명 기념일에 붉은 깃발이
물결치면서 정말로 붉은 광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행은 크레물린 성과 맞닿아 있는 붉은 광장의 주변에서 광장 입구에 버티고 있는
동화 속 궁전 같은 성 바실리 사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국영 굼 백화점으로 향했다. 굼 백화점은 레닌 묘의 맞은 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3층 건물로 3개의 통로를 갖고 있었으며 각 통로마다 각기 다른 조각상을 배치하여 아름다웠다.
1층과 2층이 상점이었는데 여기서는 루불화로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유승창
계장과 2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한잔씩 한 후 유로화를 내밀자 받지 않고 루불을 달라고 했다. 커피 한잔에 65루불로 130루불이 필요 했으나
달랑 60루불 밖에 없었다. 난감해 하는 가운데 다행히 박회장님으로부터 70루불을 빌릴 수 있어서 무사히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굼 백화점은 우리의 백화점과는 달리 10평 정도의 크기로 각각의 상점이 늘어 서
있었는데 과거 소련 시절 공산주의 종주국으로서 여타 사회주의 국가에 자랑하기 위해 지었다는 얘기가 사실인 듯 싶었다. 무엇이든 겉은 크고 웅장한
것이 소련 시절 지어진 건물의 특징이었으며 내부는 보잘것 없는 것 또한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사회주의의 종주국으로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겉으로나마 그들이 더 위대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 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2차대전 전승 기념 공원
붉은
광장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전승기념공원으로 향했다. 거리 양측에는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등의 깃발과 전승 60주년을 기리는 포스터가 줄줄이
내걸려 한껏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으나 빈 틈 없이 거리 곳곳에 서 있는 군경의 모습과 붉은 색은 공산주의의 색이라는 나의 고정
관념이 뒤섞여 축제분위기는커녕 오히려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전승기념공원에서는 양 가슴이 좁을 정도로 훈장을 주렁주렁 단 역전의 노병들이 전승
축하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공원 여기저기에서는 군복을 입은 남녀 연주자들이 템포 빠른 행진곡들을 연주하며 흥겨워하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갖가지 복장을 한 러시아 배우들이 마지막 휘날레를 장식하고 있었으며 시민들의 머리 위로 오색 꽃종이가 뿌려지고 불꽃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 했고 역전의 노병들은 선물로 받은 우산과 비닐 봉투
한개씩을 들고 자랑스럽게 시민들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러시아가 정치체제를 바꾸었다고는 하지만 구 소련의 유공자 대우를 그대로 하는 이유는
국민화합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직은 사회주의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승 공원은 공원 중심에 각각 높이가 다른 분수 광장과 기념탑이 자리잡고 있었다.
분수광장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2차대전에서 숨진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5단계로 구분 했으며 기념탑은 총 1,417일 동안 전쟁을
치뤘음을 뜻하여 그 높이를 141.7m로 세웠다고한다.
분명 전쟁은 이 지구상에서 다시는 발발하지 말아야할 일이지만
자라나는 후대에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숨져간 선조들과 영웅들에 대해 또 국가유공자들에 대해 국가적 예우를 한다는 것을 인식 시키는 것은 애국심과
자부심을 안겨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누구에게나 조국은 있게 마련이고 그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임을 인식 시키는 일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임과 동시에 후대들의 삶을 위한 일이다. 비록 러시아의 전승 행사가 전체주의나 군국주의적 냄새가 풍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또다른 긍정적 모습을 발견하며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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