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조사에 참여했던 학자들과 환경부, 시내 사회단체, 시민, 시청관계자 등 40여명은 이날 하루 일산 장항습지부터 시내 한강을 둘러봤다.

현지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월곶면사무소에서 습지찬성과 반대입장으로 나뉘어 습지지정에 따른 의견들을 개진했다.

습지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내 단체 대표들은 "고양시에 비해 시내는 하성면 시암습지 및 월곶면 유도 외에는 습지로 지정할 만한 곳이 없다"며 "시내 전지역을 습지로 지정하는 것은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조형묵 한강하구 습지지정 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주민들에게 습지지정 계획도 알리지 않고 조사한 것은 일방적이라고 생각해 민관 합동조사를 실시하게 됐다"며 "학자들은 시민들에게 습지지정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섭 하사모 회장은 "환경부가 작성한 '2004 하구역 생태계 정밀조사' 책자에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대책은 하나도 조사되지 않았다"며 주민입장 반영을 촉구했다.

이천복 아파트연합회장은 "현장조사를 해보니 유도이하 하류지역 외에는 철새를 관찰하지 못했다"며 "자연보호 목적도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택 신도시대책위원장은 "신체 한곳이 중요하다고 그곳을 마비시키면 불구가 된다"며 "정부 부처간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규제를 통한 보호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창회 박사(국립환경연구원, 조류분야)는 "고양, 파주 지역이 김포에 비해 습지 등이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철새 개체수 밀도는 비슷하다"며 "양쪽에 농경지가 발달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영규 박사(국립환경연구원, 지형경관분야) 또한 "습지는 물을 중심으로 봐야 한다"며 "해수와 민물 유입이 원할한 것과 수서생물 등을 고려할 때 수계를 나눌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동욱 한강하구보존연대 공동대표(식생분야)는 "하구 서식 생물들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먼저 깨닫기 위해서는 생태조사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원 서울대 교수(수서무척추동물분야)는 "생태계는 큰 단위로 봐야한다"며 "한강하구는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지역"임을 강조했다.

채병수 박사(국립환경연구원, 어류분야)는 "남북한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200여종 중 60여종이 한강하구에 서식하고 있다"며 "당시 이러한 조사는 습지지정과 무관하게 실시된 것이었다"고 밝히고 "습지지정은 정책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과정에서 한때 찬반측의 입장을 관철하려는 양측의 논리싸움이 전개돼자 조형묵 상임대표는 "학자들에게 시민들의 입장을 들어달라는 자리인 만큼 찬반논리보다는 시민들의 정서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간을 갖자"고 중재하기도 했다.

토의를 마치고 학자들은 사견으로 "보호정책과 주민피해 대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는 법개정이 시급함"에 동의하고 "자연적 혜택을 이용한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