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30분경 출발 장소인 시민회관에 도착하자 김동식 시장을 비롯한 평통위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28명의 일행을 태운 버스는 농번기에 때맞춰 내려주는 단비를 맞으며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김포시민주평통 박승동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체험을 통한 평통위원들의 통일역량 제고를 위해 사회주의 국가 탐방에 나서게 되었다”며 “이번 탐방국은 철의 장막이라 불리웠던 구 소련을 가는 만큼 가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들을 통해 사회주의의 모순과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체득하여 통일전도사로서의 소양을 쌓는데 진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영종도의 갯벌이 뿌연 안개 속에 회색 속살을 내보이며 누워 있었고 5월의 산천은 짙은 녹색 향연을 준비하며 계절의 여왕답게 우아한 몸단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자 오후 1시10분. 모스크바 행 비행기는 빗속을 가르며 영종도를 떠올랐고 구름 속을 지나 눈부신 태양만이 존재하는 구름 위까지 기러기처럼 솟아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흰 구름대는 마치 TV를 통해 보았던 남극의 백설처럼 산을 만들고 계곡을 만들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지상을 뒤덮고 있었다.

 9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드디어 모스크바의 쎄르메찌에보 공항에 착륙했다.
서울과의 시차는 5시간. 한국 시간으로는 밤 10시10분. 거꾸로 러시아 시간으로 시계를 돌리니 오후 5시 10분이다.(이하 러시아 시간)
 모스크바 입국은 짜증날 정도로 까다로웠다. 때마침 9일 실시될 2차대전 전승 60주년 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 49개국의 정상들이 모스크바에 집결하다 보니 공항은 물론 시내 전역이 1급 비상 경계하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인지 우리 일행 중 2명이 입국 심사대에서 제동이 걸렸다.
 안병원 의원과 이미연씨가 낯설고 물설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그것도 전혀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가운데 영문 모르고 잡혀 있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행들은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착륙후 1시간 30여분이 지난후 두사람은 입국이 허락되어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오후 7시쯤 일행을 태운 버스는 공항을 떠나 모스크바 시내로 향했다.
 말로만 들었던 자작나무 숲이 흰 가지 마다 파릇한 새싹을 밀어 올려 이곳도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날씨는 쾌청했고 따사로워 추울 것이라 예상했던 내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내 생각은 하루만에 뒤바뀌면서 러시아의 변덕에 고생을 하게 된다)
시내로 향하는 동안 20m 정도마다 경찰과 군이 깔려 있는 모습을 보며 섬뜩한 생각이 들었지만 승전 60주년 행사 때문이라는 설명을 듣고 안도가 되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초 현대식 건물들이 줄 서 있었다. 대형 창고형 매장들이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채 시민들을 호객하고 있었고 수입차 매장들이 즐비했다. 그 중 우리의 현대차 매장이 눈에 띠어 뿌듯한 감동을 받기도했다.
 
시내로 들어서면서 받은 첫인상은 거리가 깨끗하고 고풍스럽다는 것이었으며 여기저기 대형 건물의 공사현장을 보면서 활기찬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90년대 초반 빵 한덩이를 사기 위해 초라한 모습으로 줄지 어 서 있었던 인민들의 피폐한 모습은 상상 조차 할 수 없었으며 국민소득 3천불 수준의 국가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오후 8시경 한국 식당에서 광어 매운탕으로 석식을 마치고 일행보다 먼저 식당 밖으로 나와 눈에 들어오는 모스크바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아직 잎을 틔지 못한 검은색 가로수들이 이국적 풍경으로 시야에 들어왔고 인접한 카지노의 화려한 조명이 자본주의로 치닫는 러시아의 현실을 말해주는 듯 했다.
 바람이 쑤-우 몰려가고 회색 구름 사이로 내려 쪼이는 석양에 봄을 맞은 나목들이 기지개를 켜며 숨을 몰아쉬는 듯 했다.

세계 최초의 우주인이 된 소련의 영웅 유리가가린의 동상을 차창 밖으로 보면서 IRISＣONGRESS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