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우' 대표 박미애(41세, 북변동)씨를 만난 건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4회에 걸쳐 여성회관 무대에 올린 황석영 작, 노영화 연출의 '산국' 홍보를 위해 사무실을 찾아왔을때다.

"김포에서 한 번도 하지 않은 시도라 걱정돼서 며칠간 잠을 편히 못잤는데 많이들 도와주시네요. 꼭 보러 오세요" 어려운 경기에 유료 공연 티겟 판매에 나선 미안함을 메우려는 용기가 읽혔다.

 "연출이 의상과 소품까지 챙겨주면서 좀 어려워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데 극 주제도 무겁고, 충청도 사투리 대사 소화하기가 특히 어려웠어요. 워낙 저희들의 욕구를 잘 짚어내고 끌어주니까 잘해서 보답하고 싶은 의욕이 났지요. 티켓를 팔자고한 의도도 짐작이 갔구요. 출연자 전원에게 고루 비중이 분배된 작품이라 단원 화합에도 좋았구요." 돈 받고 하는 연극이니 책임과 부담을 갖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도 긴장을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산국'은 우려했던 바를 일축 할만큼 관객의 호응과 이해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됐다. 아쉬운 부분을 보강해 7월1일 경기도 아마추어 연극제에 출전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창단 멤버지만 그 동안은 음향이나 조명으로 단원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 맡아오다 올해 대표를 자청했다. "어릴적 꿈이 연기자였다"는 말에서 새 작품의 대본이 나올 때마다 '행여나' 하며 배역을 고대했을 단원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연상된다.

"멤버들 모두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겠지요. 그래도 다들 극단을 위해 단합을 우선가치로 여겨왔다는 것이 고맙고 자부심도 클거예요. 그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거니까요" .

"나도 모르게 연기가 아닌 몸짓이 나왔다는 걸 알고, 아, 이거구나 했어요" 지금까지 하고 싶어서 연극을 했다면 이번 연극을 통해 '좋아서하는 연극'이 뭔지를 체험했다는 설명이다. 소위 "연극은 마약 같은 것"이란 뜻도, 지난 작품인 '아름다운 사인' 공연 후의 우울증도 스스로 이해 됐다. 이제 "욕심이 난다"는 말은 자신감의 다른 표현으로 들렸다.

"노영화 선생님이 연극은 상상력의 싸움이라면서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는 배우의 호흡과 동선을 규정하는 '공간'을 강조했거던요. 밥을 먹을 때도 연극 얘기만 하셔서 사담에 빠져 행여 감을 잃을까봐 경계하시는 거려니 했었는데 프로 의식인것 같아요. 배울점이고 존경스러워요".

박 대표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활동하던 단원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때론 의도적으로 직접 체험을 시도한다. 불특정 다수와 호흡하기 위한 연기력 배양의 통로라는 자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한 낯가림 성향 개선을 연기의 소득으로 꼽은 박 대표에게서 진득한 도전의식이 느껴진다. 느긋하게 지켜보던 남편이 선뜻 기대 이상의 스폰서를 자처할 만큼 든든한 지원군으로 존중을 표현한 것이나 "괜찮았다"는 딸 지민이의 연기력 평가가 "행복하기 위해 공부한다"는 신념의 튼실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