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나는 안 죽어유~"

농부 딸의 절규에 감전된 후 부터 자꾸 흐르는 눈물 때문에 코까지 막혀왔다.
관객을 울렸으니 6개월 동안이나 준비했다는 단원과 스탭들의 노고는 보상된 셈인가?

98년 끼 많은 김포 주부들이 뭉쳐 꾸린 극단 '여우'가 처녀작 '춘풍의 처' 공연을 시작으로 연간 2회 이상 꼬박 꼬박 공연 횟수를 늘려가며 차곡이 쌓은 실력을 이번 '산국'으로 유감없이 발산했다.

 연출을 맡은 프로 연극인 노영화씨는 "미숙하면 미숙한대로 그저 애정있게 봐 달라"고 겸손하게 제안했지만, 단원들의 끼와 열정을 느끼기 충분했다.

황석영씨의 1975년 작품 '산국'의 배경은 한일 합방을 앞둔 1907년 혼란기의 충북 충주다.
지주와 소작농, 반상이 유별하던 그 시절에도 소작농과 상민들은 손끝이 닳도록 일을해도
늘 먹을 것이 부족한 가난과 신분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설상가상 일본의 침략 야욕에 짓밟혀 마구잡이식 수탈이 시작되자 의병을 결성해 분연히 맞선 것은 가난한 민초들이었다. 극본은 그 시대 신분이 다른 두 집안 여성들의 심리와 선택을 집중 조명했다.  

지금으로 부터 100여년 전, 한 집안의 대들보인 아들과 손자를 잃은 양반가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노동력으로 상징되는 지아비를 잃은 가난한 소작 농부의 아내와 딸의 역할과 입장은 문학이나 연극 영화 등 예술작품을 통한 간접체험이 아니면 유추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국'은 반상의 기반이 흔들리는 한말 혼란기의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시대극이라 대사를 소화하는 과정이 다소 버거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배우들 스스로는 나름의 아쉬움을 합평하겠지만, 열연에 갈채를 보낸 관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더불어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일본과의 마찰과 갈등으로 예민해진 양국 관계를 재조명해보는 차원에서 시의 적절한 작품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더하고 싶다.

세월이 흘러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여성은 땅이다. 딸이며 며느리이고 어머니인 이 땅의 여성들은 끈질긴 인내와 강인함으로 후세를 생산하고 양육하며 변함없이 조상을 섬겨왔기 때문이다.

열연한 박연배(시어머니 역), 박미애(농부의 딸), 황미숙(농부의 처), 황정화(며느리 역)씨와 양곡고등학교 연극부 소속인 김용현(소년 역)군과 유진영(몸종 역)양과 스탭 모두에게 "애 쓰셨다"는 위로와 "훌륭했다"는 찬사를 보내며 대외적으로 더 좋은 평가와 성과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