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통치의 힘은 엄정한 법과 제도, 그 일관된 집행 여하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국민의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은 이러한 공적약속(법과 제도)을 국가가 강력하게 보호해줌으로써 보장될 수 있다. 국가가 이 약속을 먼저 깨버리면 사회는 혼란해지고 국민은 국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국가의 무계획적이고 신중치 못한 조령모개식의 정책은 국민에게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전가시킬 수 있다. 지금 김포는 숙원 사업으로 받아들여야 할 신도시 건설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의 공익 사업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정성, 형평성, 일관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공익이란 무엇인가? 공익이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사익을 해친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공익사업이 아니다. 김포시민 5%를 희생하여 거창한 신도시를 구상하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국가의 중대한 사건, 즉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개인의 재산을 일정기간 사용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6. 25 전쟁시에나 있었던 마구잡이 칼날이 지금도 국책사업 혹은 공익사업이란 명분으로 개인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전쟁과 같은 비상시국이 아니므로 국민합의와 정당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직도 국가가 하는 사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군장갑차에 희생된 효순 미순 사건이나 이라크에서 부당하게 희생된 김선일씨를 위해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울분의 눈물을 흘려야 했는가? 한마디로 강자에 의한 약자의 억울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김포시민 5%가 재산을 부당하게 수용당하는 것에  대한 동정이나 배려가 없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그것은 이웃이 희생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국가정책상의 잘못이다. 처음부터 어떠한 반사이익도 배제되거나 공동책임을 감수하게 했으면 이렇게 수용지 주민과 수용지 외 주민 간의 반목은 없었을 것이다. 수용주민의 자구책으로 일어선 신도시 반대 투쟁이 오히려 비애국인양 변질되고 더 나아가 '가해'로 왜곡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정부의 졸속적인 정책으로 인해, 수혜는 없고 모두 피해만 입었다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이제 진정 '내 탓'은 없고 전부 '네 탓' 뿐이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지도 모른다.

문제의 핵심으로 돌아가 민관이 합심하여 냉철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도시, 공해없는 쾌적한 도시, 자족도시, 동북아의 중심, 첨단 과학 등 온갖 수사가 다 동원된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신도시 아니었는가?

삼분의 일로 축소되고 해마처럼 생긴 도시계획을 보고 아무도 위와 같은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호전되면 언제 무자비한 강제 수용의 칼날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건교부의 발언은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이 아무리 자리를 걸고 외쳐봐야 정부도 못하는 일을 시장이 하리라 믿지 않는다.

이제 국가도 못하는 일을  어느 소수를 희생하여 하겠다는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 김포시의 숙원사업이라면 모든 김포시민의 공동참여라는 대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지도 없으면서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이기심은 더욱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극단으로 치닫게 할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막연히 찬성할 것이 아니라, 누구도 억울함이 없는, 합당하고 공존공영하는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

졸속 정책임이 드러난 이상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그래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또 약속대로 경전철과 고속도로가 유치돼야 실추된 정부의 신뢰가 회복되는 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신도시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2001년에 승인된 김포시도시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시가 사업주체가 돼 민간개발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모든 피해를 반감시키는 대책이며 누구도 억울하지 않는 윈윈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