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우리 가족이 서울에서 김포시 고촌면 오룡마을 한화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우리집 베란다 맞은편 언덕 위에는 까치부부가 살고 있었다. 장대처럼 높이 솟아있는 나무위에 아슬아슬하게 집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까치집이 매달려있는 나무는 사시나무 떨듯 사방으로 휘둘렸고 그때마다 금방이라도 까치집이 떨어질 것 같아서 까치보다 괜히 내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나는 까치부부의 먹이 걱정까지 해야만 했다. 저놈들이 이 추위에 어디가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주위를 살펴봐도 먹이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눈이 내렸거나 몹시 추운날이면 까치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창 너머로 조금씩 던져주곤 하였다. 물론 가족들의 눈치도 살펴야 했지만 그보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유무를 살피는 일은 더욱 중요했다. 혹시라도 쓰레기를 투척하는 일로 오인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이같은 나의 행적을 잘 알고 있는 까치부부는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면 어김 없이 우리집 베란다 앞에 날아와 나의 동태를 살피며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린다. 이렇게 해서  까치부부와 인연을 맺은 것이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이들 까치부부가 살아가는 것도 우리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집 걱정에 먹이 걱정, 그리고 새끼를 낳아서 기르는 일이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집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동안 비바람을 맞아 허물어져가는 낡은 고옥을 리모델링해서 새 집처럼 꾸민다. 그들이 집을 수리하는 과정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저기에서 재료를 모아오는 일이며 촘촘히 나뭇가지를 얽고 지푸라기로 푹신한 알자리를 만든 후 그들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른다.  그리고 새끼를 기르는 일도 보통일이 아니다. 알을 품어 부화하기까지의 과정도 그러하거니와 먹이를 달라고 끊임없이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 부부새는 끊임없이 먹이를 구해와야만 했다.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쯤이면 어미새들의 깃털은 윤기를 잃고 몸은 바싹 말라 반쪽이 된다. 때로는 예기치않은 불행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거의 다 자란 새끼 한 마리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새끼를 구하려는 어미새들의 노력은 거의 필사적이었으나 허사가 되고 말았다. 지난 가을에는 수많은 떼까마귀가 몰려와 까치부부를 위협했지만 그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그 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자기네의 보금자리를 거뜬히 지켜냈다. 참으로 억척같은 부부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들 부부의 금실은 가히 우리 인간이 본받을 만하다. 그들은 철두철미 일부일처 생활이다. 인간들처럼 하룻밤 쾌락을 위해 부부가 상대를 교환하는 스와핑이나 외도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가금류처럼 아무데서나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 부부는 사자나 독수리처럼 부부사이에 먹이 경쟁을 하는 일도 없다. 간혹 양보하는 일은 있어도 상대방의 입에 것을 빼앗는 일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외출은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항상 다정하게만 느껴졌고 그들 둥지의 주변은 항상 평화가 감돌고 있다. 나는 고요한 밤이면 지붕도 전기불도 없는 그들 둥지에서 부부 새가 함께 사랑을 속삭이는 듯 들릴듯 말듯한 정겨운 소리를 들으며 나도 함께 행복감에 빠져들어갈 때가 있다.

그런데 이들 까치부부에게도 피할 수 없는 불행은 예고되어 있다. 김포시가 새 주택단지 조성을 위하여 그들의 둥지가 있는 바로 그곳에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새 길을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이들 까치부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둥지를 수리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나는 까치부부를 지켜보면서 이 새들과 인간의 삶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까치들의 일상생활은 우리네 인간이 사는 것이나 별로 다를게 없다. 다른게 있다면 이 새들은 자기 앞에 다가오는 불행을 전혀 예견치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지 않아 나무는 잘리고 그들의 보금자리는 파괴되고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새끼들은 무참히 죽게 될 것이지만 그들은 이 불행을 알 리가 없다. 

반면에 인간은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로개설이 공해를 발생시키고 그 공해가 인접 아파트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따라서 도로개설을 반대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이 또 다른 재앙을 불러 온다는 사실을 수없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주거생활환경이고 뭐고 무시하고 아파트 전면에 길을 만들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고 있으니 결국 인간이란 해서는 안될줄 알면서도 또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다시 해서 화를 불러들이고 난 연후에 가슴치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까치부부의 미래에서 우리 인간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서글픔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