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민 대부분은 습지지정에 찬성하고 있다"
"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 그냥 느낌이다"
" 그럼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 없다"
" 주민설명회 연기는 불가능 한가"
" 예정대로 개최할 방침이다"

 습지지정 주민설명회와 관련해 27일 환경부 진득환 사무관과 통화한 내용 중 일부다.

 통화 내내 느낀 바지만 진 사무관은 습지지정에 관한한 자신감에 차있는 듯 했다. 또 대다수의 주민들이 습지지정을 찬성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더욱이 반대입장에 있는 주민들을 설득할 대안이 무엇인가? 라는 쉽지 않은 질문에도 당당히 "없다"고 밝힐 정도로 기세도 대단했다.

 현지 조사 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자는 김포시의 연기 요청에 대해서도 진 사무관은 주저 없이 '강행'의지를 내비쳤다. 사전에 준비된 일정이라 미룰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진 사무관의 이러한 당당한 모습 뒤에는 중앙부처 공무원의 오만함이 내재돼 있었다.

 김포시가 환경부에 설명회 연기를 요청한 공문의 결재자는 환경위생과장이었다. 환경부가 설명회 연기 요청을 거부하고 강행의지를 밝힌 배경이 여기에 있다. 시장 명의가 아닌 일개 과장의 연기 요청이었기 때문에 환경부가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설명회 연기 요청 절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공직자가 국민을 위해 정부정책을 소신 있게 수행하는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당연한 일이다. 환경부나 진 사무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습지지정이 고유의 업무라면 목적 달성을 위한 그들의 처신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진 사무관의 의중 뒤에 숨겨진 이 같은 이중적 잣대는 김포시를 무시한 처사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강하구 습지지정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2월 이후부터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강일대 실태조사를 진행하던 중 김포일대가 희귀 멸종 철새도래지로 확인돼 습지지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국민의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최근에 와서야  김포시민들에게 습지지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한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밀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의 거칠 것 없는 행태를 지켜보노라면 정부정책이 주는 이해득실을 떠나 김포시민들은 여전히 봉이라는 생각을 지울수없다. 이런 가운데 시가 설명회 장소 제공을 거부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나마 상처입은 자존심을 위로하고 뚝심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받을만 하다.

 대의와 민의는 중요하다. 더욱이 이를 올바르게 집행하는 것은 공복의 正道다. 권위를 앞세우기 전에 공복으로서의 겸손과 아량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