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치 카터>는 실존 인물 켄 카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주로 가난한 흑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리치몬드의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은커녕 대부분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전과자 신세로 전락합니다. 리치몬드 고등학교의 농구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자신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하기 위해 학교에 나오지만 그들은 별다른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리치몬드 고등학교 출신으로 왕년의 농구 스타였던 켄 카터가 모교 농구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결정합니다. 제멋대로인 아이들에게 카터는 몇 가지 계약 조건을 내세우고 그 조건을 어길 때에는 농구팀에서 내보내겠다는 엄포를 놓습니다.

카터의 지도 아래 리치몬드 고등학교 농구팀은 연승행진을 벌이지만 아이들이 자신과 맺은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자 카터는 농구장을 폐쇄하고 모든 경기를 취소합니다. 그러자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카터의 결정에 반발하고 강제로 폐쇄된 농구장문을 열고, 카터는 코치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비교해보면 리치몬드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물론 먹고 살 걱정이 먼저겠지만, 우리 같으면 그럴수록 더욱 교육에 열을 올릴 텐데 그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못하게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그것도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조치인데도 불구하고) 카터를 학교에서 쫒아내려고 하는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찬가지로 학교 운영회의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순간의 즐거움과 눈앞의 승리에 취해서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건 누구나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사고치지 않고 학교에 나가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인 부모들에겐 아이들의 전부인 농구를 못하게 하는 카터가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농구밖엔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수업에 빠지지 말고 성적도 올리라는 코치의 주문은 쓸데없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랑에 관한 수없이 많은 영화가 있지만 여전히 만들어지는 것처럼 스승과 제자에 대한 영화 역시 수없이 많은 영화가 있지만 꾸준히 만들어지고 사랑을 받습니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어서, 혹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사제지간에 관한 영화 역시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어서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