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느 홈쇼핑에서 마련되었던 이민상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팔리기도 했다. 이민 신청을 이미 해놓고 있는 사람도 여럿이고, 기회만 닿으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단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기러기아빠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엄마와 아이들만 외국에 몇 년씩 나가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열 명에 여덟, 아홉은 아이들 교육 때문이라고 답을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면 일단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월급만 가지고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사교육을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면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는 학교 수업조차도 따라갈 수 없으며, 선생님들도 당연히 학원 등지에서 배웠으리라 생각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행평가며 내신 때문에 악기 한 둘쯤은 다룰 수 있어야하고, 자격증에 주는 가산점 때문에 컴퓨터나 한자에 주는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영어 교육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니 이민이나 유학을 가서 영어라도 제대로 해오면 그것만큼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이렇게 뼈빠지게 가르치더라도 아이가 정말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결국 가르치는 일의 지상 최대 명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고, 설사 좋은 대학에 가더라도 그 후의 생활은 눈에 보이게 뻔하므로 그럴 바에야 교육환경이 자유롭고 우수한 나라로 가서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겠다는 것인데...

암담한 일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이 옳고 그르냐는 판단을 하기에 앞서 우리의 현실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다. 나라를 바꾸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아이가 결국 돌아올 곳은 우리나라인데 그 때까지도 우리나라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아님 그냥 남의 나라에서 이도저도 아닌 중간인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창가의 토토'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하지만 '도모에 학원'은 우리가 진정으로 찾는 학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학교에는 낙오자가 없다. 아이들을 규제하는 엄격한 규율도 없다.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모습 그대로로 인정받고 행복해한다. 우리의 천방지축 토토는 호기심 많고 때묻지 않은 천진한 눈으로 반짝반짝 주위를 살피는, 온 세계 어린이들이 그래야 마땅할 원래의 모습이다. 비록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수업에 방해가 되고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찾아간 학교가 도모에 학원이다. 살아있는 나무가 교문이고, 움직이지 않는 전철이 교실을 이루고 있으며,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신 곳.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이 학교의 수업방식이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수학하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부터 시작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글쓰기를 하고, 또 교실 뒤쪽에서는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알코올 램프에 불을 붙여 플라스크를 부글부글 끓이기도 하는 광경을 어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부터 해도 된다는 것이 기쁘다. 싫어하는 과목이라도 수업이 전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해내면 되니까 그리 힘들게 여기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께 가서 여쭈어 보든가 자기 자리로 선생님을 불러 이해가 갈 때까지 가르침을 받는다. 선생님의 설명을 멍하니 듣고만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아이들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지만 그것이 다른 아이들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저절로 배우는 것이다.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이란 있을 수 없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일등이 될 수 있게끔 짜여진 운동회, 자연과 함께하는 오후의 수업, 스스로 모든 것을 해 낼 수 있게끔 되어있는 야영이나 캠프...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커간다.

도모에 학원은 세계대전으로 인해 없어졌지만 "넌, 정말은 착한 아이"라고 끊임없이 말해주셨던 교장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무엇을 하던 '못된 아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콤플렉스에 고뇌하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른이 되었을 거라고 고백하는 저자에 의해 우리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 유치원 원장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난다. 보편화된 아이와 공부만 잘 하는 아이를 원하는 현실은 어찌할 수 없지만 아이가 정말로 자신이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상황임에도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찾아갈 수 있으며, 공부를 하더라도 어거지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로 바꾸어 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공교육이 어떻든 자신만의 꿈과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른이 되었다.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아이를 키우고, 아이들 역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는 채 어른이 되어가게 하고 있다.

이 모두를 그저 공교육탓이라고만 돌리고 가만히 있어야만 할까? 아니다. 우리 가정 하나하나가 또 다른 도모에 학원이 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사랑을 가진 또 하나의 토토로서 커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다. 가슴이 열린 한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많은 행복이 번져나감을... 나 한 사람의 열린 마음이 많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음을 모두모두가 깨닫게 된다면 굳이 이민이나 유학을 가지 않더라고, 배우지 않는 학생과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만 있는 학교라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사랑하며 세상을 밝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