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수능시험 문제에 대한 지역 내 논란이 일단락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경기도 교육위원회에 참석했던 김진춘 교육감이 김포지역 수험생들의 분리시험을 공개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관내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사실 관내 수험생들은 그동안 고양, 파주, 김포로 통합 운영돼온 도교육청의 운영방침에 따라 매년 불평등한 입장에서 대입고사를 치러왔다. 그러나 다행이도 이번 김 교육감의 고사장 분리운영 약속에 따라 늦었지만 관내 수험생들의 불이익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1982년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기 위해 의정부시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정부가 본 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 성적만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던 때라 지금의 수능시험보다 어찌 보면 경쟁이나 심적 부담이 더 했었다.

시험 전날 담임교사 인솔 하에 두 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고사장이 있는 의정부에 가야하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여관에서 수십명이 함께 지낸다는 자체가 대단한 스트레스였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타지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필자와 친구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무거운 발걸음을 고사장으로 옮겨야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추억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일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하루 치러지는 학력고사는 고교 3년간을 결산하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유일한 평가였기 때문에 시험에 대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는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원정시험은 곧 불이익으로 작용했다.

그렇기에 20여년이 지난 지금 관내 수험생들에게 고양시가 아닌 김포시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기회가 마련됐다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1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자치단체들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포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평가받던 수능시험장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생존경쟁 시대에 내몰렸던 우리의 자녀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좀더 안정적인 분위기속에서 시험을 치른다면 김포시의 위상제고는 물론 더 나아가서 시민 자존심을 회복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어른들에게 던져졌다. 김 교육감이 고사장 분리운영을 공언했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적정 수험생 수(2천명) 문제는 뒤로 하고라도 고사장 확보와 방송시스템 향상, 항공기 소음 저감 등 난제들이 남아 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 실무자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다행히 고사장 분리 운영과 관련해 김포시가 필요한 예산확보를 약속했고 뜻있는 학부모와 지역내 교육관계자들이 최종결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니 좋은 결과가 예측되고 있다.

올해 대입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관내 수험생이 1,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수험생들이 보다 안정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