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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영화를 고를 때, 장르를 먼저 선택하거나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구인가, 혹은 어떤 배우가 등장하는가를 살펴봅니다. 때론 유명한
감독이 만든 영화이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택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기도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기대 이상인 영화도 있고, 잔뜩 기대를 했지만 포장만 그럴듯한
영화도 있습니다.
<인터프리터>를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숀 펜과 니콜 키드먼이 등장하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야망의 함정> 등을 만든 시드니 폴락 감독의 영화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UN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니콜 키드먼이 모종의 음모에
휘말린다는 정도의 줄거리만 알고 영화를 봤습니다.
UN통역사 실비아 브룸은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아프리카어를 쓰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마토보의 대통령을 UN에서 암살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신고를 받은 연방요원 토빈
켈러는 그녀에 대해 조사하면서 그녀의 말에 신빙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토빈은 마토보 대통령의 암살에 관한 제보가 실비아가 꾸민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실비아를 보호하면서 조사를 하면 할수록 토빈은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는 사실이 있다는 걸 알고 실비아를 다그치지만 실비아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암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마토보 대통령은 UN에서 연설을 강행하기고 하고 토빈은 실비아의 과거를 알게
됩니다.
<인터프리터>를 골랐을 때, 이 영화가
스릴러라는 생각은 하질 않았습니다. 물론 음모가 있고 그 음모를 파헤쳐나간다는 대강의 줄거리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스릴러 영화라고 미리 못을 박고
보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관객들은 스릴러 영화라는 걸 의식하고 봐서 그런지 대부분 실망한 눈치였습니다. 오로지 연기‘갗 되는 숀
펜이라는 배우와 연기‘도’ 되는 니콜 키드먼이라는 배우만 볼만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렇지만 영화는 나름대로 긴장감과 스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암살범들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밝혀지지 않고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실비아의 과거 역시 보는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실비아가 마토보 대통령의 정적인 망명객 쿠만쿠만과 같은 버스에 올라타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합니다. 그 순간 토빈은 암살범의 소재를
알아내지만 암살범은 이미 쿠만쿠만과 실비아가 탄 버스에 올라탑니다. 좁은 버스에 모인 세 사람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실비아는 토빈에게 자신의 과거를 밝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믿게 됩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진부할 수도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마토바에서는 살인자를 잡으면 몸을 묶어 강물에 빠트립니다. 살인자를 물 밖으로 끌어내 살려주거나 그대로 물 속에 빠져
죽도록 내버려 두는 건 죽은 사람 가족들의 선택입니다.
살인자를 죽게 내버려 두면 죽은 사람의 복수를 할 수 있지만 남은 일생을 슬픔 속에서 살아가게 되고, 자비를 베풀어 살인자를 살려주면
고통을 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를 바라지만, 아니 살인자의 머리를 강물 속에 처박아 넣고
싶지만 그래도 용서를 하고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말, 과연 그렇게 쉽게 선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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