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다 풀이지 보리가 아닙니다. 먹을 게 있어야 놔두죠. 99%는 새가 뜯어 먹었어요. 모라도 제때 내려고 갈고 있지만 착잡합니다."

이 농민은 지난해도 밭으로 날아든 오리떼의 피해로 같은 아픔을 겪었다. 싹만 잘라 먹혀도 추수 시기가 늦어져 이모작에 지장을 초래한다. 올해는 싹이 아니라 뿌리까지 다 캐먹혔다. 농가들은 겨울 철새떼로부터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구차한 피해대책 요구" 대신 갈아엎는 쪽을 택했다.

철책선 안쪽 논은 피해를 감수한다 해도 2년째 보리밭을 갈아엎고 있는 농민은 "환경, 환경하는데 사람이 우선인지 새가 우선인지 모르겠다"며 혀만 찼다. 농민들은 철새로 인한 피해가 시와 조류보호단체들이 들판에 먹이를 뿌리면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증언했다.

"사람이 먹고 흘린 것을 새도 먹게 두는게 자연스런 환경보전이지 사람 먹을거리를 돈주고 사서 새에게 준다는 정책은 새도 비웃을 일"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푸념이다.    

지난해 홍도평 20여 농가들은 철새 모이주기 운동으로 인한 피해라며 5만5천여평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했으나 시는 법적 근거 부재를 이유로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철새 피해는 농지법상 재해가 아니고, 환경법상 조수보호구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의 입장이었다.     

"작년엔 의회와 언론에서 떠드니까 시가 생장지연 보조금인가, 비료대금으로 천평에 5만원 정도를 준다고 했는데 장난하나 싶어 말았어요. 새가 사람 먹을 것을 다 뜯어버렸는데 재해가 아니고, 보호구역이 아니라 적정한 보상을 할 수 없다니 기막히지 않아요?"  

이같은 피해 구제 차원에서 시는 '생물다양성관리계약'(벼를 추수하지 않은채 두거나 보리싹을 철새 먹이로 제공하는 것)에 의한 손실 지원 보완책을 내놨다. 시는 관련예산 4,300여만원을 확보하고 올해 벼농가 2곳, 보리농가 3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가 "시청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피해 농가별 개별 통지해 계약을 홍보한 후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농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반면, 피해 농가들은 "계약 통보를 받은 바 없다"면서 홍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농가들은 또 "특정인에게 보리 재배를 권유하고 계약을 체결한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해 계약자 선정 과정의 적정성 논란도 예상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생물다양성관리계약'을 체결한 면적은 운양동 논 3천여평과 고촌면 전호리, 운양동의 보리밭 2천4백평이 전부다.

찰쌀보리는 ㎏당 3,5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는 고소득 품종으로 농가들은 600평 논에서 평균 400㎏의 소출을 거뒀었다.

김포시 농업기술센터가 지난 96년 특화 농법으로 개발한 찰쌀보리는 재배 농민과 소비자 반응이 좋아 2001년 부터는 걸포동 홍도평, 고촌면까지 재배 면적이 확대돼 왔다.

9월에 파종해 이듬해 6월 초순을 전후해 수확하는 찰쌀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경쟁력있는 김포의 특산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