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러다 실컷 먹여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쁘다 보니 오늘에야 연락하게 됐어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니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주인 허현(45세)씨는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단다.

"사장님 전화가 아니었으면 아마 우리들이 서운했을지 모르겠어요" 조선희 원장이 '서운한' 이유가 진정이 통하는 순대집 주인 자랑이란 걸 짐작했다.
   
순대 한 점을 입에 넣은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앞에 놓인 커다란 접시들은 금세 동이 났다. "얘들아, 천천히 먹자." 너무 빨리 비워지는 접시를 사장님이 볼세라 교사들이 속삭인다. 

"제가 아저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죠. 진짜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손을 끌어 서툰 친밀감을 표현하는 아이들의 애교에 아저씨와 아줌마는 키를 낮춰 일일히 응수한다.

"어디가 비었나? 더 줄까? 맛있게 먹어."
"우리 아이 데리고 몇 번 다녀오더니 아이들을 예뻐하더라구요. 간식으로 준다고 순대를 가져간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잘 먹었던가 봐요. 센터에 다른 행사가 없다니까 오라고 했어요." 안주인 김선영(40세)씨는 "마음이 가서 하는 일에 얼굴이 나가는 건 불편하다"며 자꾸 카메라를 의식했다.

'장애인의 날'인데도 올해는 일회성 행사도 없이 조용하다. 하긴 마음끼리 자연스레 통하는 것.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