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간간히 봄비가 내리는 4월의 첫 휴일, 하모니카를 배우는 아이들과 나누리 합주단원들은 2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김포를 벗어났다. 2시간 남짓 걸려 용인에 있는 영보 자애원에 도착했을 때는 따뜻한 봄 햇살이 뽀얀 얼굴을 내밀어 전형적인 초봄 날씨로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자애원에 들어서자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 저기 모여 햇살을 즐기던 낯익은 얼굴들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손을 잡고 얼굴을 부비고 껴안으며 “여기 아파! 여기 다쳤어! 이거 이뻐!” 하며 제각기 엄마의 관심을 받기위한 아이처럼 응석이다. 세상사에 때 묻은 내 모습이 들여다보이는 듯 부끄럽다.

서툴지만 이곳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하모니카, 크로마하프, 오카리나, 단소 등 악기를 연주를 할 때마다 조용히 귀 기울일 줄도 알고 흥얼거리며 콧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에는 느낌대로 일어서서 엉덩이춤을 추는 모습에서 우리의  본성을 본다.

몸이 좀 불편할 뿐 같이 느끼고 즐기고 싶은 형제자매들이다. 이곳에 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스킨십이 가능한 게임을 하곤 한다. 밀가루 속에서 감춰 둔 사탕을 입으로 찾아먹기, 함께 줄넘기, 동동 동대문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게임을 끝내고 모두 일어나 신나는 댄스파티로 마무리 한다.

웃고 놀다보니 어느덧 작별의 시간이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어설픈 수화로 마무리를 하며 다음에 또 오겠다고, 몇번씩 손가락 걸고 손도장까지 찍으며 약속하면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고마워” 하며 잡은 손놓지 않고 끝내 눈시울을 붉힌다. 아쉬움 많은데 아직도 “언제 또 오냐”시던 한 할머니의 나직한 목소리가 아직도 마음에 맴돈다

돌아오는 길엔 늘 손수 농사지어 거둬 둔 풋고추며 감자, 푸성귀 등을 챙겨주시는 가슴 따뜻한 아가다 수녀님이 이번엔 봄 내음 물씬한 냉이를 깨끗이 손질해서 한 움큼 내미신다. 작년 가을에 손수 채취해서 만들어주신 야생 들국화 차 향이 아직도 입안에 잔향으로 맴도는데 벌써 향긋한 봄 냉이라니…

용인 영보 자애원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돌아와 많은 것을 음미하게 한다. 따뜻한 마음들 더불어 사는 참 뜻과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