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 방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월1회 주5일 수업제가 전격 실시된 3월 넷째주 토요일. 시내 고등학교 고3들은 "자율학습' 등교를 당연히 받아들인 반면 고2 학생들은 "너무 좋다"는 반을을 보여 대조적이었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토요 휴업에 따른 과도한 과제나 또다른 사교육 대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외 활동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입이 지상과제인 고3학생들에겐 '그림의 떡'.

"학교는 자율학습을 권했지만 고3이 집에 있어봐야 공부하란 얘기밖에 더 듣나요. 놀면 뭐해요. 학교에 나오는 것이 오히려 맘 편하죠. 아마 다 왔을걸요" 김포고등학교 복도에서 만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른 학교 고3들도 다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휴업과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반응으로 휴업일 등교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자습실엔 교사가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구들과 영화를 본 뒤 놀이터에서 모여 있던 사우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들은 "내일은 논다는 생각에 금요일부터 기분이 홀가분했다"며 "친한 친구와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러나 "3학년이 되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해도 갈 것 같다. 불쌍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방과 후 자율학습의 비효율성을 들어 "한달에 한 번 고3들 잠자는 날로 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며 "괜찮은 발상 아니냐"고 소리 내어 웃었다. 학생들은 "'청소년의 집'이나 학교 교실을 개조해서 제과제빵이나, 미용 등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있는 일들을 스스로 선택해서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의 마련도 제안했다.

26일 시청 앞 사우동 극장가는 삼삼오오 모여 든 청소년들로 활기가 넘쳤다. 영화관 관계자는 "평소 토요일보다 프로그램에 따라서는 2~3배 이상의 청소년들이 들었다"고 말해 마땅하게 갈 곳을 찾지 못한 학생들이 영화관으로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부터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로하고 동생들도 데리고 나왔는데 나이 제한에 걸려 볼 영화가 없다." 금파중학교 2학년 A모군은 "자율학습 과제로 영화표를 붙이고 소감문을 써내려 했었는데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강화에서 세 딸과 함께 왔다는 한 주부도 "상영 시간도 어중띠고 아이들의 의견도 서로 달라서 같이 볼 마땅한 영화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토요일 휴업에 대해 엄마는 "농사를 짓기 때문에 아이들 손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학생들은 공부를 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맑은김포21실천협의회 사무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체험 환경 교육' 일정에 참여한 시내 각학교 초등학생들이 색다른 체험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대개 엄마나 선생님의 권유로 참석했다는 어린이들은 이석기 강사(이학박사)로부터 '나는 지구의 환경'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친환경농법으로 수확한 고구마와 떡을 간식으로 먹은 뒤 글과 그림으로 소감을 표현하는 자체 평가회도 가졌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냥 들었다"는 반응으로 견학이나 야외 활동을 기대한 눈치지만 마중나온 한 학부모는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아이와 함께 할 일이 없어 고민했는데 마침 환경교육이 있어 신청했다"며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아직은 일반 직장인들의 주5일제 근무가 전면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행된 주5일제 수업이 긍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을 끌어들일 건전한 놀이 문화 공간·프로그램 확보에 대한 당국의 정책적 접근과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 변화와 활동 실태를 파악한 후  긍정적인 평가가 도출되면 월1회 휴업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