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학부모들의 도시 진출로 학생 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원어민 교육과 특성화 교육을 실시해 '농촌을 되살리고 있는' 학교들이 있다.

농촌 학교의 폐교는 지역사회에 단순히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것 이상의 파급을 가져온다. 농촌의 학교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은 물론 자긍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농(移農)은 학교의 위기를 부르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하락하면 농촌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 살리기는 바로 농촌 살리기다.

시내 면지역의 몇몇 학교들은 도시에서 할 수 없는 특기적성 교과를 발굴해 점차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학교'로 바뀌고 있다.

개곡(월곶면), 금란(고촌면), 수남(대곶면), 석정(대곶면) 초등학교는 소규모 학교통폐합 정책으로 인해 3대 동문을 이어 온 4~50년 역사가 끊길 위해에 처했다가 특기적성 교과의 발굴로 '규모의 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고 학교 뿐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한 축인 학부모들 거의 모두가 적극적으로 학교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그 중 원어민 교육의 정착은 학교 살리기의 중추로 경기도와 김포시, 학교·동문·학부모들의 합작품이다. 이들 네 학교는 학년별, 그룹별로 학생들을 구분해 수준에 맞는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고민하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답변에서 우리는 교육에 대한 본질을 깨닫는다.

○영어 원어민 교육의 선구 -개곡초

전교생이 80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처했던 개곡초는 2003년 큰 전환기를 맞았다. 윤춘모 전동문회장이 5년 동안 연 3천만원씩을 지원을 하겠다며 영어 원어민 교육을 결정한 것.

동문들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원속에 3년이 흐른 지금 영어 교육은 큰 호응속에 학생 유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2005년 현재 재학생 수는 25%가 증가한 107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에는 금란, 수남초에 이어 시내에서 세번째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지정돼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개곡초의 교육 슬로건은 '5차원 전면 교육'. 지력·체력·심력·인간관계력·자기관리력 등의 5개요소를 입체적으로 관리해 수업전 3분 묵상, 속독법 체득, 일생고공표 작성, 건강체조 실시 등을 통해 집중하는 습관을 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간이 골프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원어민 강사 관사의 건립을 앞두고 있는 개곡초는 연내에 1억6천여만원을 투입, 국내 최고 시설의 어학실을 조성해 학생들의 어학실력 신장에 탄력을 불어 넣는다는 계획이다.

개곡초 원어민 강사 윌리엄 존은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국에 오게 됐다. 이 학생들이 커셔 결혼식에 날 불러주는 것이 꿈"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백남렬 교장은 "김포시 원어민 교육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만큼 더 낳은 교육으로 앞서 나가겠다"며 "영어 교육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을 종합적으로 함양하는데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농촌 학교' -금란초

개곡초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지원금 6억7천1백만원이 우선 투입됐고, 지속사업비로 2004년 2천2백만원, 2005년엔 1억3천5백만원이 지원된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탐구심을 배양하기 위해 조류 체험학습장과 농사 체험학습장을 조성했고 올해에는 다목적 생활관과 골프 연습장을 신축해 특성화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금란초에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던 이유는 2003, 2004년 2년 연속 경기도교육감상을 수상할 정도로 "열심히 뛰어준" 교사들이 있었기 때문.

방학을 반납한 교사들의 열정에 보답이라도 하듯 재학생수는 2003년 132명에서 올 3월 현재 20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제는 한때 학생 수 5백명을 헤아렸던 과거 '전성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가 됐다.

"지난 3년의 세월이 꿈과 같이 빠르게 흘러갔다"고 회상한 김화란 교사는 "영어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며 "다가오는 국제화 시대를 학생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을 선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방학까지 교육을 연장해 '영어 원어민 여름캠프' 행사도 열었다. 학생들과 원어민 강사가 운동장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하며 생활 영어를 익히는 일종의 체험학습인데 학교는 향후 인근 학교들과 연합해 더 큰 캠프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영어 외에도 금란초는 중국어(배정순), 수학영재(한윤희), 락밴드(허진석), 무용(허문선), 바이올린(신유진), 사물놀이(장구석) 등 다양한 특기교과를 운영하고 있다.

○일상에서 생활 영어를 습득 -수남초

공장으로 둘러싸인 열악한 환경, 교육 공간과 시설의 부족 등으로 학생수가 계속 감소하던 수남초는 원어민 교육 실시후 89명에서 97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수남초는 학부모 참여, 외부강사 초빙, 자연과 함께하는 특화수업 등 학생수가 적은 농촌 학교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수남초의 원어민 교육은 실제적으로 올해가 시작이다. 각종 노후된 기자재를 전자 칠판, 최신 컴퓨터 등으로 정비하고 종합 놀이터 조성, 통학버스 운행 등을 통해 최고의 설비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또 하나의 자랑은 자동 감지식 어학 학습기 '토킹 센서'. 학내 곳곳에 설치된 8대의 센서는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 감지해 영어로 말을 건넨다. 학생들이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영어회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남초는 더 좋은 환경에서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올해안에 다목적특기적성실을 건립하고 중국어, 미술, 컴퓨터, 논술, 테니스 등의 특별 활동을 확충, 학력 뿐만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구상이다.

또 '지역과 함께하는 돌아오는 학교 만들기'란 주제로 수남축제 한마당(6월), 교육 세미나(4월, 10월), 예절 교육(6월), 영어 캠프 한마당(7월), 도예교실(9월) 등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송경언 교장은 "공부 잘하고 똑똑한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즐기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영어에 중국어, 일본어까지 -석정초

전자동 환경게시판을 비롯해 전통놀이문화공간, 야외공연장, 실내 곳곳에 설치된 연못과 분수대 등 학교 전체가 잘 조화된 건축 작품인 것처럼 느껴진다.

도교육청 지정 과학교육 시범학교인 석정초는 2003년 9월 원어민 교육 사업을 준비해 지난해 3월부터 원어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비를 부담한다는 점이 무료로 실시되는 개곡·금란·수남과 차별된다.

"학부모 부담이라고 하면 무슨 큰돈을 내는 줄 아는데 그게 아닙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과목을 배우는데 월 3만5천원이죠. 사교육비를 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근택 교장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초등학생 시기에 함께 경험한다는 것은 인생의 큰 무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화 시대 큰 일꾼이 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다짐한다.

올해부터 개강한 중국어는 이 교장이 직접 발로 뛰어 교사를 섭외한 케이스. 산뚱성 제남대학 교수들이 교대로 내한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같은 노력 덕분인지 올해 신입생은 평년 20여명 수준에서 44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장기동, 통진 등 인근 '유학생'들을 위해 연초 통학버스도 새로 마련했다.

천체 투영실, 슬라이딩 돔 등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2003년 개관한 천문대는 석정초의 또다른 자랑거리. 별보기 축제 때는 주민들 모두를 학생으로 초대해 끈끈한 유대를 다지고 있다. '천문교육의 메카'라는 타이틀에 이어 내친김에 원어민 교육의 요람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공작실·에디슨관은 다양한 공작 기구와 조립재료를 확보해 자신이 구상한 작품을 마음대로 조립하고 만들 수 있도록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