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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강하구 습지지정 추진은 폭력적이다. 김포시민들과의 면담에서 '대의(大義)' 운운한 것은 불온하기까지 하다. 환경단체가 내세우는
'생태문화유산' 주장은 김포의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국가경쟁력 제고' 식의 수사는 더욱 그렇다.
같은 철새도래지라도 금강이나 낙동강, 천수만과 김포의 한강하구는 동일한 비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강제방은 전국 348개 일반국도 중
최악의 체증 구간인 48호선(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03년 자료)을 대신해 김포의 숨을 틔울 거의 유일한 호흡줄이며, 하상에서 이뤄지는 골재채취는
김포시의 가장 큰 세외수입원이다.
국비가 투입돼 확장될 예정이었던 제방도로는 1차 사업 구간인 하성~운양간 8.3km가 철새 보호를 이유로 1년이 넘게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가 습지지정으로 아예 전구간 사업이 좌초될 상황에 처했다.
환경부는 "제방로 확장과 습지지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습지지정은 철새보호가 주된 이유이고 도로 공사는 새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번엔 또 "그건 그렇다"고 수긍한다. 퇴적물 준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익 목적으로는 할 수 없다"는 납득키 어려운
논리를 편다.
철책 안과 밖 경계로서만 '예정된' 관리지역 지정 논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한 평면 논리라면 김포시가 진작에 제방로 확장을 위해
몇가지 대책을 제시했을 때 "영향의 잠재"를 사유로 계획서를 반려시키면서 요지부동 "불가"를 고수했을 리가 없다.
이용의 규제는 외부효과를 내부화시키는 일차적인 환경정책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환경정책은 오염원을 예방, 통제, 시정하는
것이지 행위 자체를 억제하는 것일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면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앙집권적 규제의 명분이 되어서도 안된다.
21세기 환경정책의 규범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이야기 한다. 지속가능성은 "미래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의 조건을 달고 있다. 또 그 욕구를 정의함에 있어 "전체는 물론 국지적인(정책이 집행되는 지역의)
측면도 관심을 기울인다"는 조항을 같이 담고 있다.
습지지정을 추진하고 지지하는 환경부·단체들에게 김포시(민)은 개발의 주체이며 국지적인 욕구의 주체다. 주체의 행동방식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려면 그러한 행동이 주체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유인이 필요하다. 주체는 정책 시행에 따른 이득이나 손해의 직접적 수혜자이거나 혹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한강 하구가 환경부·단체들의 주장대로 잠재하는 영향마저도 무시해야 할 정도로 소중하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인 보상과 고통 분담을
실천에 옮길 때 비로소 온전하게 보존의 명분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이점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도 적절한 지적을 한 바 있다.
시대별로 환경이라는 주제를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욕구의 발전, 증대와 관계가 있다. 생활수준,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증진되고 환경개선을 위한 시설의 지불의사와 지불능력은 상승한다.
한강 하구가 진실로 소중하다 해도, 김포시(민)의 욕구를 일방적으로 강제해서는 안된다. 전술했듯이 숨줄이 막히기 전 상황에 처한
김포시(민)으로서는, 김포시(민)의 이 정도의 삶의 질로서는, 한강 하구 보전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이 지난 2001년 자국민을 대상으로 "현재 환경에 대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 현상'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같은 질문을 김포시민에게 던진다면 이러한 답변이 과연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
한강 하구 습지지정은 김포시(민)의 삶의 질을 의논하지 않고 추진돼서는 안된다. 지역에서도 습지지정에 찬성 의사를 표명한 단체,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한강 습지가 '생명의 근간'이라는 매우 호소력있는 구호를 내세우는 한편, 세계적인 습지를 거론하며 한강 하구의 '가능성'을
비교한다.
이들에게 바란다. 한강 하구가 생명의 근원이라면 김포시(민) 외에 모든 지역,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비용의 지불을 주장할 일이다. 시드니, 베니스의
습지는 바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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