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아가씨가 82년 김포로 시집왔을 때, 포도밭이 있는 농촌의 전원 풍경에 맘이 설레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그도 잠시, 새콤달콤 포도 맛과는 거리가 먼 농촌의 척박한 현실은 눈물 바람 잦게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모두 대학생으로 장성한 형제를 자녀로 둔 여성회관 상담실 자원상담원회 황인자 회장을 만났다.

상담실 한켠에서는 시내 유현, 금성초등학교에서 진행중인 '자기표현 훈련' 특별 수업을 진행 중인 자원상담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음 수업을 위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젊은 상담원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새댁 시절을 보는 듯 잠시 그리운 시절을 들려줬다.

황인자 회장은 98년 여성회관 개관과 함께 개설된 '상담원교육' 2기 교육생으로 입소해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상담원 위촉을 받기까지 매시간 '남편하고 같이, 시모님과 같이, 우리 아이들과 같이 할수 있다면…" 하는 바람으로 배우는 즐거움에 벅찼다.

그 마음이 황 회장을 "온 국민이, 그중에서도 일선의 교육자들이 이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행복한 나라가 될까?" 꿈꾸는 상담교육 예찬론자로 변화시켰다.

"교육생들이 소정의 상담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상담사 위촉을 받으면 여건에 따라 자원활동을 하는데요. 일반인들은 '봉사활동'이라고 하는데 저는'자원활동'이라고 해요. 나를 열어 놓고 배운다는 표현이 맞을거예요. 상담은 나를 재발견하는 기회거든요."

황 회장은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것을 나눠주고 싶어서 바쁜 일상에도 가족들의 신뢰를 얻어 자원활동에 열성적인 상담원들을 볼 때 가슴 뿌듯하다. 이들의 왕성한 의욕은 "당신, 참 많이 변했어"하는 남편들의 응원이 한몫 했다. '부부관계 증진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받은 것이 반증이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는 상담실 황진순 계장은 "집단 상담은 타인을 통해 나의 뒷모습을 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서로 마음을 열어 보이는 과정에서 내 앞 사람이 거울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상대의 거울인 내 삶을 깊게 들여다 보는 성찰의 기회를 이름이다.

황 회장은 일반인들이 '상담소' 하면 얼른 사건이나 법률을 연상하기 때문에 멀게 느끼는데, 상담은 "인생길의 의사소통"이라고 했다.

가까운 곳에 편한 친구가 있다는 생각으로 방문하면 비슷한 경험을 갖고 사는 상담원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의 문제가 내 문제로 인식되기도 하고, 평소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일들에 대한 문제 의식도 갖게되는 자기발전 과정이라는 부연이다.

면접, 전화상담과 더불어 현장을 찾아가는 활동을 펼치는 여성회관 자원상담원들은 귀한 '감성 바이러스'가 돼야하기 때문에 "할 일이 참 많다"는 황 회장은 "자족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진정한 복지사회가 아니겠냐?"며 상담실이 사람간의 갈등 완화를 도모하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랬다.

또 "4년여 동안 행정요원 한명 없이 어려운 여건을 꿋꿋이 개선하며 지켜온 올곧은 성품의 황진순 계장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는 걸 안다"며 관계공무원의 노고에 애정과 신뢰를 표현했다.

다만 상담원들이 좀더 안정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담자를 맞을 수 있도록 지하에서 올라오는 기계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아늑한 상담 환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여성회관 상담실은 7기 교육생 70명을 새로 맞았다.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서"라며 황 회장이 은근히 교육 동참을 권유했다. "내가 행복하게 변할 때 가족도 사회도 변한다"며.

그녀가 지향한다는 "수채화 처럼 투명한 삶"이란 아마 배움의 벅찬 즐거움을 널리 퍼뜨리며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회관 상담실 ☎ 984-1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