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요양 중인 60여명 노인들은 대개 보호자 없이 치매와 중풍을 오래 앓다 들어오기 때문에 늘상 영원한 이별을 준비한다. 숨쉬며 얘기하고 만질 수 있을 때는 그럴 수 있다 해도 나이 어린 처자가 주검과 마주하고 영혼을 배웅하는 그 마음자리가 궁금했다.

오 복지사가 이곳에 오기전까지의 생활을 들려주며 자주 반복한 말은 "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였다. 대신 중고등학교 시절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찾았던 각종 시설에서의 체험 활동이 매스컴을 통해 막연히 생각하고 보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었다.

아기들을 무척 좋아한다는 오 복지사가 취업 전 부평의 한 미인가 시설에서 만났던 세 명의 장애 아기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한 평 남짓한 방에 다운증후군, 자폐,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아기들을 여성 장애인이 돌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자꾸 마음에 밟혀 다시 찾았을 때는 아기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였다.

"좋은 시설과 인연이 닿았으면 사랑받고 지냈을텐데 너무 맘이 아팠어요." 미혼모 아기들이 주로 머무는 시설에서는 손이 모자라 안아주지 못하게 하고 등을 두들겨 재우는데 '엄마와 함께 있으면 젖을 물고 잘텐데' 싶으니 또 맘이 아렸다. 몇개월 뒤 다시 찾았을 때 입양에서 '탈락'한 한 아기가 "엄마"하며 팔을 벌리는데 안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할머님들도 어린 아기처럼 귀여우세요. 아파서 고생하다 눈감은 모습은 굉장히 편안해 보이시거든요. 처음엔 외부에서 돌아가셔서 흰천에 싸여 들어오면 무섭기도 했는데 이젠 제가 끝까지 돌봐드려야 편해요."

염하는 걸 어디서 배웠는지 물었다. "간호사님이 하시는 걸 옆에서 거들며 배웠어요. 우선 편안하게 누이고 머리를 빗기고 알콜로 손부터 차례로 닦아드려요. 솜으로 몸에 난 구멍들을 다 막고, 깨끗한 속옷과 수의를 입혀드리면 돼요."

그 중 한분에 대한 기억. "돌아가셔도 3일 동안은 영혼이 듣는다고 해서 염하기 전에 손을 잡고 죄송하다고 말씀은 드렸어요. 건강이 많이 안좋은 상태로 들어오셨던 분인데 목욕하고 나면 갈아 입혀드릴 옷이 없어서 옆에 할머님 옷을 빌려서 입혀드리곤 했거든요. 월급 타면 예쁜 내복 한 벌 사드릴께요 약속했는데… 제가 비번이던 날 밤 그냥 가셨어요." 눈물을 떨구는 모습에 같이 목이 멨다.

오 복지사가 후회하는 일이 있다. 학교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전문인으로의 업무적인 미숙함을 훨씬 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다. 그래도 친절하게 이끌어주는 원장과 동료들의 배려로 현장에서 배우는 일이 보람있다.

봄별이 스미는 말끔한 시설 곳곳이 오 복지사의 미소처럼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