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웰빙(well being)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라이프 스타일의 표현으로 행복, 복지, 안녕, 즉 인간의 삶의 질을 말하는 것이다.

완전한 웰빙이란 산 자의 몫만이 아니다. 죽은 자에게까지도 미쳐야 한다. 바로 산 자가 죽은 자에 대해 배려를 실행함으로써 인간이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산 자에 대한 웰빙이 되는 것이다.

주검은 인간 삶의 완성이요 성공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주검을 또다른 삶의 의식으로 승화시켰다. 장묘는 그러기에 거룩해야 하고 긍적적이어야 한다. 가끔은 서구 사람들의 장묘문화를 보면서 묘한 흥분을 갖기도 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교적 영향인지도 모르지만 주검을 삶의 연장으로 보는 그들의 사고 때문이다. 

죽은 자의 처리는 산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살다가 죽든지,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쉽게 잊혀져버린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은 더해갈 것이다. 인간은 사후에도 자기를 자주 기억해 주기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흔적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깨끗하게 관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조상을 잘 섬겨야 복을 받는 것으로 배워왔다. 그것이 경로효친의 근간을 이루었었다. 죽은 조상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모시듯이 해야만 자손의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현대사회로 진입 후에 조상의 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누구나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매년 자손의 수보다도 많은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겪고 있다. 항상 흩어져 있는 묘를 한자리에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이나 미국은 다양한 형태의 장묘시설이 갖춰져 있어 그 집안의 관습과 전통에 따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옥외 납골시설, 옥내 납골시설, 납골묘지는 물론 아파트식 안치시설, 유분 일부 보관시설 그리고 다층 매장시설 등 본인과 유족이 원하는 형태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양지 바르고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묘지가 차지하고 있다. 전체 묘지면적이 국토의 약 1%이고 전국의 분묘는 이미 2,000만기를 넘어섰다. 써야 할 땅이 묘지로 뒤덮여 가고 있는 현실이다.

묘지가 주택면적의 절반, 전국 공장면적의 3배에 달하고 있으나 집단묘지의 공급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땅이 죽은 자를 위한 묘지로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묘지를 혐오시설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고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묘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장례란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매우 경건한 절차이며 예의이다. 각 나라마다 나름대로의 예절과 경건함을 곁들인 장례절차가 있다.

일본은 화장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상태이며 화장장에서 발생하는 공해까지도 이미 해결했다. 일본에서는 화장시설이 동네 한복판에 있어도 그것을 혐오시설이라 느끼지 않는다. 화장의 절차나 과정이 너무나 깨끗하고 경건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조상을 멀리 떨어진 산에 모셔 거친 자연환경과 천재지변 속에 두고 고통받게 하는 데 반해 일본은 가까운 납골시설에 모셔 가족들이 언제든지 쉽게 찾아 갈 수 있게 하여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죽어도 산사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미국은 매장을 하더라도 깊게 파서 층층이 고인을 묻음으로써 묘지의 확대를 최대한 막아내고 있다. 묘지를 평평하게 하고 잔디를 깔아 공원과 같이 꾸며놓은 것은 물론 안치소 같은 경우 수천평에 장미 가든을 조성해 놓아 그곳을 찾는 이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한다. 또 장례 서비스는 평화로운 가운데 마치 잔치를 치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한다.

지난주에 처음 일산에 있는 납골공원을 방문했다.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꾸며져 있는 건물에는 차분한 인테리어에 예쁜 도자기(납골기)를 올려놓고 가족사진이며, 고인이 쓰던 소품, 경전 등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꽃이 꽂혀 있었다. 중앙에는 소파도 놓여 있어 거실같은 분위기에 혐오감이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종교에 따라 방을 선택할 수도 있고 추모식이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별도 방이 마련되어 있고 금액에 따라 다양하게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지하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설치돼 있고 햇볕이 깊숙이 들어와 아늑했다. 살아 있는 주택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협소한 주차창.

인간은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산사람과 죽은 사람이 언제나 함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산 자가 언제라도 죽은 자를 가볍게 찾아가고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속에서 화목한 가족, 풍요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곧 장묘의 시설에 달려 있다. 김포에도 김포시민을 위한 아름다운 장묘 공원이 설치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