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수시로 아이들 볼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사항입니다. 행여 홈피에 이번주 자기 발음 올리기 숙제를 빼먹기라도 하면 왜 안올렸느냐고 물어봅니다. 왜 원장까지 나서서 듣는 과정을 이렇게 신경 쓰면서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다그칠까요? 여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듣기는 모든 언어를 배우는 첫번째 단계입니다.  말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듣고 들리는대로 흉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조기에 영어를 가르치라고 강조하는 것은 어릴수록 아무런 조건없이 통째로 흉내내기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취학 전 아동의 경우는 많은 테이프를 들려주고 그대로 말하도록 유도하면 발음도 좋아지고 영어의 흡수 능력도 좋아집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학년이 된 아이의 경우는 아무래도 떨어집니다. 이러한 경우는 인위적으로 발음을 교정해 줍니다. 우리말 할 때의 구강 구조와 영어 할때의 구강 구조도 비교하면서 우리말에 없는 영어 발음을 훈련시키기 위해 반복해서 들려주고 소리내도록 가르칩니다.

그런데도 어린 아이의 경우보다 훨씬 시간이 걸릴뿐더러 원어민 발음처럼 된다고 장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초등 3학년만 되어도 이미 그들의 머리 속에는 모국어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배울 때에도 모국어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배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미 자리 잡은 언어가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아이러니컬한 얘기입니다. 또한 혀 뿐만이 아니라 귀까지 굳어지는게 아니냐고 의심하게 되는데 똑같은 소리를 다르게 듣기 때문입니다. 같은 소리를 다르게 듣는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데 커다란 장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차피 학년이 높아져 언어를 배울려면 반복해서 들으면서 깨우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렇게도 발음해보고 저렇게 발음해 보면서 틀리면서 시행 착오 겪으면서 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원어민과 똑같이 발음하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최소한 그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 수줍음은 언어 습득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 요건입니다. 최소 언어를 배우려면 말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함은 당연하고 수줍어서 그 기회를 놓친다면 그만큼 언어 습득은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외국인과 도저히 마주보고 말을 못하겠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는 혼자서 테이프 듣고 들리는 소리와 똑같아 지도록 스스로 훈련하고, 자기 발음 녹음해서 테이프와 비슷한지도 스스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발음을 갈고 딲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수줍음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원어민과 말할 기회를 통해서 의사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나아가 외국인으로부터 어떻게 영어를 배웠냐고 칭찬이라도 듣게 된다면 더욱 잘 할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테이프 듣고 연습하지 않는 아이의 경우는 점점 자신감도 잃게 될 것이고  말할 기회 또한  줄어들겠지요? 주어진 여건에서 이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영어를 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듭니다. 학년은 높아졌는데 수준은 초등 저학년이라면 정말이지 어디서 영어 배우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자기 또래끼리 배울 때 그 속에서 그 기회를 잡아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 쉽지, 학년 높아져서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 틈에서 발음하고 발표하고 하는 것은 어지간한 강심장 아니고서는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게 되고 요즘말로 '뻘쭘'하게 됩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열심히 테이프 듣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언어 배우는 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으므로 자꾸만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현재 조건이 내일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칫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여 그들의 미래가 불투명해 진다면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이 놓치지 않도록 챙겨주는 것이 내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