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이 가능한 빨간 고춧가루 양념에 주재료인 낙지와 콩나물 외에도 게, 소라, 새우, 조개, 미더덕 등 각종 해산물을 알맞은 비율로 버무려 오돌오돌 씹히는 맛과 골라먹는 재미를 더하고 남은 국물에 쫑쫑 썬 김치와 김가루, 참기름을 둘러 볶은밥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낙지찜.

지난해 11월 사우지구 청구한라 아파트 맞은편 선일프라자 2층에 문을 연 '이원 낙지'의 대표 메뉴다.

불경기일수록 매운 것이 잘 팔린다나. 무섭게 매운 맛도 용인되는 낙지 요리지만 재료 본래의 맛까지 죽이는 건 피하고 '맛있는 매운 맛'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전날 음주로 속이 괴로운 사람들과 노약자, 매운 맛을 꺼리는 이들은 순한 연포탕이 좋고 한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리는 여성들이 매콤한 찜을 선호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영양부족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마리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는 기록이 있다. 불경기에 지친 사람들이 활력을 돋구기 위해, 마술에 걸렸던 여성들이 원기 회복을 위해 찾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이원의 수족관엔 무안산 힘센 낙지들과 신선한 해산물이 매일 아침 올라와 채워진다.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낙지지만 이원은 김포 농산물과 궁합을 맞춘다. 고춧가루는 작은 어머님이, 쌀은 아버님이 손수 농사를 지어 제공한다.

산지 공급은 얇은 주머니 걱정도 덜어준다. 찜과 탕 2인분에 15,000원, 4인분 23,000원. "정직한 맛을 추구하자"는 부부의 약속을 상호에 담았다는 '이원'은 남편 이정택씨와 부인 원현희씨의 성(姓)을 땄다. 바깥 주인인 이씨가 사우동에서 낳고 자란 토박이라 매일 동네 잔치한다는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다. 손님들을 집안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모자란 것이 없나 먼저 살피고 잘 먹었다고 느끼게 대접하게 된단다.

매운맛 당기는 날, 이원낙지를 찾아가 양푼 낙지복음밥을 주문하라. 윤기나는 밥 위에 빨간 낙지 볶음 얹어 썩썩 비벼가며 잃은 원기 회복하자. 5천원이면 그 날 기분은 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