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황홀했던 사랑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배신감과 질투뿐입니다. 이런 감정들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내 것이었지만 이제는 타인의 것이 된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잡고 싶은 마음, 이것이 사랑일까요?

런던에 도착한 뉴욕출신의 스트리퍼 앨리스는 길에서 택시에 치여 쓰러지게 됩니다. 신문사에서 부고기사를 쓰는 소설가 지망생 댄은 출근하는 길에 앨리스와 눈이 마주치고 쓰러진 앨리스를 병원에 데려다 주게 됩니다. 앨리스의 보호자가 된 댄은 그녀에게 런던을 구경시켜주고 사랑에 빠집니다.

<클로저>는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그림처럼 예쁘거나 달콤한 사랑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쩌면 예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는 동화책에서만 가능한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사람이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져드는 순간은 황홀하고 눈이 부시지만 잠깐일 뿐입니다.

그 빛나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빛이 바래고 어느새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여전히 그를(혹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와 절대 헤어질 수는 없지만 새로운 사람도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그런 관계는 불가능해보입니다.

래리는 아내 안나가 자기 몰래 댄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안나에게 묻습니다. 그와 잤느냐고, 그와의 섹스가 어땠느냐고, 어디서 어떻게 몇 번이나 했느냐고 말입니다. 유치하고 저속해 보이지만 이 질문이야말로 사랑에 배신당한 모든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첫눈에 반한 설렘, 따듯한 감정, 영원할 것 같아 보이는 사랑, 이 모든 것들의 다른 이름이 바로 섹스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클로저>의 주인공들, 특히 남자들에겐 사랑은 곧 섹스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자신과 처음으로 섹스를 나눈 곳에서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는 래리나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래리와 섹스를 한 안나를 뿌리치는 댄에게 섹스는 곧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사랑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랑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그 감정이 때로는 질투로, 때로는 소유욕으로, 그리고 결국에는 배신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