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화의집 하모니카, 크로마하프 수강생들과 나누리합주단 어머니들이 용인에 있는 서울시립 영보자애원에 봉사 공연을 가는 날이다.

1년에 네번씩 정기공연을 다닌지 벌써 4년이 넘어간다. 약 1,000여명의 여성 장애우들이 수용돼 있다. 그곳 이모들에게(우리는 자애원 장애우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우리는 반가운 손님들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한두 시간 전부터 공연하는 곳에 모여 앉아 기다린다고 한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이 큰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면 우리들의 면면을 알아보고 "왜 이제 오느냐"고 하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이모들의 천진난만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들도 어릴적에 많이 들었을, 또 불러보았을 동요들을 연주할 때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일어나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도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또한 우리들의 기쁨이다. 이래서 노래는 즐거운 것인가 보다.

서너 시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이지만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함께 노래하고 나면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면 이모들은 촉촉해진 눈망울로 "언제 또 와?"하며 서운해한다. "세달 뒤에 또 올께요" 우리는 이모들을 꼬옥 끌어 안아 준다.

아쉬움에 흔드는 손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잠을 잔다. 많이 피곤했으리라. 그러나 몸은 피곤했을지라도 정신은 훨씬 맑아졌을 것이다.
 
인륜을 저버리는 사건들이 만연하는 현실, 사회는 더욱 각박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은 곳에서 흐뭇한 일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의 온기는 남아있는 것일 것이다.

잠들어있는 우리 동준이의 얼굴이 너무나 예쁘고 대견스러워 보인다. 봉사하는 기쁨을 가슴에 아로새긴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훈훈한 사람 냄새가 풍기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