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입니다. 특별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뜨거운 하룻밤을 갈망할 것이고, 사랑에 불타고 있는 연인들은 단 둘이 먼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지만 그 사람은 끝내 오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달려가 보지만 이미 그 사람은 떠나고 빈 찻잔만 남아 있는 테이블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을 뿐입니다.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둘만의 도피를 꿈꾸지만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전히 궁금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영원히 계속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리컨스트럭션> 역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물아홉 살의 사진작가 알렉스, 그에게는 시몬느라는 착하고 순종적인 애인이 있습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애인을 기다리던 중 아메라는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린 알렉스는 시몬느를 남겨둔 채 아메의 뒤를 쫒습니다.

자신의 집은 사라지고 친한 친구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시몬느와 아버지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한 알렉스는 아메와 약속했던 곳으로 달려갑니다. 과연 아메는 알렉스를 알아볼까요?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알렉스와 아메는 로마로 떠날 수 있을까요?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쉽게 빠져드는 게 사랑이지만 그 누구도 진정한 해답을 알지 못하는 게 사랑이 아닌가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지만 어느 순간 상대는 저만치 멀어져 버리고 그동안의 시간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립니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믿음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게 사랑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물며 당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곳에 당신이 있지만 결코 잡을 수 없습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지고 당신은 타인이 되어 내게서 고개를 돌립니다. 아니, 어쩌면 당신을 믿지 못하는 내가 고개를 돌린 건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신기루처럼 눈앞에서 아름답게 빛나지만 결코 만질 수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남자와 웃음이 따르고 여자, 사랑에 빠진다. 이건 영화다. 허구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알렉스와 아메의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복잡한 퍼즐을 맞추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확실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자신의 라이터로 알렉스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는 아메를 보면서, 아메에게 조용히 반지를 끼워주고 방을 나서는 알렉스를 보면서, 사라진 아메를 찾기 위해 뒤돌아보는 알렉스를 보면서 그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그 누구도 알렉스가 누구인지, 아메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들 자신조차도.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영원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혹은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