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조류전문가의 반대로 진퇴가 불분명했던 한강 골재채취 사업이 홍수를 예방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재개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골재채취가 철새 서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관계기관에 반대 의견을 제기해 온 조류 전문가 Y모씨는 최근 재난 예방 차원에서 골재 채취의 타당성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Y씨는 "골재 채취가 조류에 신선한 먹이 공급을 도모할 수 있다"며 예전과는 180도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업을 하면서 왜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느냐"면서 시의 골재 채취에 반감을 표시해 온 Y씨는 시가 홍도평 일부를 매입해 '철새 특구'를 조성할 것을 주장해왔었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되자 현장 관계자는 "철새 보호를 위해 골재 채취를 못한다는 것은 공무원들의 핑계다. 철새를 위해 홍도평을 보호해야 한다면 우회도로 공사와 일산대교 공사는 왜 저지하지 않았느냐. 철새 보호는 사감이 개입된 딴죽"이라는 적나라한 표현으로 Y씨가 반대해왔던 저의와 최근 Y씨가 입장을 급선회하게 된 배경을 의심했다.

지난 9월 시의 골재채취 사업 이전 부지에 대한 환경부의 사전환경성 검토가 '현실을 도외시한 형식적인 보고서를 기초로 이뤄졌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사업 부지에 대해 "철책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돼 생태관련 조사를 한 번도 한적이 없다. "2003년 애기봉 쪽 한강 하구 생태를 한 차례 조사한 것이 전부"라고 말해 엄밀한 의미의 전문가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관리청(구경인지방환경청)은 당시 시가 제출한 '사전환경성 검토 보고서'에 대해 "어류 생태를 교란시키고 재두루미를 비롯해 환경부가 보호하는 조류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Y씨의 사견을 전적으로 반영, '피해 저감 대책'을 요구했었다.

시는 이후 ▲생물다양성관리 계약 확대 ▲한강 치어방류 사업 확대 ▲완만한 골재 채취사업 시행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한차례 재협의에 실패했다.

시는 사업예정 지구가 지난 2003년 10월 착공한 일산대교 공사로 인해 하류쪽 모래가 상류로 올라오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쌓여 강 바닥이 상승하고 있어, 김포쪽으로 한강이 범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골재 준설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강경구 이사장은 공무원 재직 시절 반복해서 겪은 김포평야의 홍수 사태를 증언하면서 "자유로로 보강된 일산 제방처럼 김포쪽도 퇴적 골재의 준설을 국가가 먼저 나서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환경성검토 용역사 관계자도 "하천생태에 교란이 발생한다면 일산대교 공사가 주원인으로 지적돼야 마땅하다"며 "골재채취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일산대교 공사 현장에서 500m 상류 지점 60여만평 부지에 미장용 세사 225만톤을 채취하는 이 사업은 톤당 1만원을 계산해도 225억원 상당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음 주에 있을 환경청 재협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