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거친 화면의 <마이 제너레이션>은 그렇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들입니다. 눈에 익은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깔끔한 영상도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화의 주인공 병석과 재경은 연인사이입니다. 병석의 꿈은 영화감독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재경의 신용카드로 카메라는 샀지만 아르바이트로 결혼식 촬영을 할 뿐입니다. 그나마 그 일도 그만두게 되고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재경은 어렵게 구한 직장에 첫 출근한 날 우울해 보인다는 말과 함께 해고당합니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인터넷 홈쇼핑에서 사기를 당해 빚을 지게 됩니다. 그런 재경에게 병석은 화를 내지만 카드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를 팔 생각을 하고 재경은 병석의 카메라 값을 갚기 위해 카드깡을 할 생각을 합니다.

<마이 제너레이션>의 화면은 어둡고 우울합니다. 두 젊은 연인의 일상은 화면보다도 더 우울하고 어둡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병석은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병석의 연인 재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채업자 사무실에 출근을 하지만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출근한 첫날 해고를 당하고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오히려 빚만 늘어날 뿐입니다. 인터넷 홈쇼핑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지만 사기를 당해 돈도 잃고 그 때문에 친구도 잃게 됩니다.

병석과 재경의 모습은 답답해 보입니다.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맘을 잡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저 일상을 살아갈 뿐입니다.

불이 꺼진 방에 앉아서 고픈 배를 쓸어가면서 게임을 하는 것만이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보입니다. 둘이 만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재밌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을 같이 보낼 따름입니다. 그들은 마치 웃을 줄 모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카메라를 팔아버린 병석은 더 이상 재경의 모습을 찍을 수 없을 테고, 카드깡을 한 재경은 그 돈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던 병석의 꿈은 점점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달아나 버리고 재경의 모습은 더 우울해 지겠지만 그들은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겠죠.

재경의 우는 모습을 찍고 싶었던 병석에게 재경은 카메라를 끄라고 말합니다. 과연 병석의 카메라가 꺼지고 난 후 재경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병석은 그렇게 원하던 재경의 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요? 카메라가 꺼진 다음의 그들의 삶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