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도시락이 이슈로 불거진 지난 13일 기자도 시내 결식 아동 배달 도시락 실태를 점검했다.

취재를 끝내고 건빵도시락을 먹고도 "참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인사하도록 '훈련된' 아이들을 목격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기자는 시가 결식 아동들에게 냉동도시락을 배달한다는 말을 듣고는 처음에 화가 났었다.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냉동도시락을 열흘에 한번씩 배달한다구요?" 취재 협조를 구하고 현장에 나가면서 한편으로 겁이 났다. '따끈한 밥도 서러울 아이들에게 냉동 식품이라니' 복지사들을 신뢰해 온 터지만 여전히 가슴은 두근거렸다.

첫번째 방문한 가정은 초등학교 저학년 쌍둥이 남매가 할머니와 살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는 집안은 발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져 있었는데, 아이들은 "배달 도시락을 볶아 먹으면 아주 맛있다"며 낯익은 복지사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담당 복지사는 간간이 공익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집안 정리를 도와주고 학습 지진아인 동생을 위해 자치센터 자원봉사자에게 학습지도를 부탁해 뒀다고 했다.

"할머니, 아이들이 배달도시락을 잘 먹나요? 누가 해 먹지요?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봐도 돼요?"
서울에서 사업 실패 후 무작정 김포로 들어와 복지사의 도움으로 어린 남매를 돌보며 산다는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너무 잘먹어 당신은 아직 맛보지 못했다고 했다. "TV를 보니 못먹을 것을 주던데 김포시 도시락은 너무 고급스럽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얻어온' 새우볶음밥을 시식했다. "밥이 참 좋네요. 식당 볶음밥보다 훨씬 나아요." 무작위로 네가정을 방문해 확인했는데 반응은 한결같이 '만족'이었다. 방학이라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식판에 담긴 밥을 배달하는 것은 오히려 찬밥으로 남기 십상이고 식당을 계약해 식권을 나눠주는 것은 예민한 아이들의 심적 부담이 염려된다. 이에 비해 냉동도시락은 용기값과 배달료가 절감되니 부실에 대한 우려가 덜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반기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됐다.

담당 공무원은 여러 방안을 검토한 후 결정한 냉동도시락을 직원들이 시식한 후 "시 여건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지만 더 만족스런 대안을 찾고 있다"며 각 마을 단위로 건실한 종교단체나, 시민, 사회단체 주관 하에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 자녀들까지를 포괄해 가정에서처럼 안전한 식사와 학습을 동시에 지원하는 공부방 개념의 지역아동센터의 건립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2,500원이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끼 밥을 먹일 수 있다. 양껏 먹을 수 있는 밥과 국, 김치와 세가지 찬을 제공하는 시청 구내식당 밥값이 2,500원이다. 하루 250명 이상이 이용하면 업체는 돈도 벌 수 있다고 한다. 서울 시내 학원가나 큰 회사 구내 식당들의 밥값은 이보다 더 저렴해도 얼마든지 균형잡힌 한끼 식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식 전 세대들은 점심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 시절의 도시락을 지금의 급식에 견주면 어떠한가? 내용이 형편없었어도 고운 기억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도시락에는 지금의 급식에 견줄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장아찌, 멸치볶음, 콩자반에 계란후라이 하나 얹으면 최고의 찬이던 시절에 아이들은 행복을 느꼈었다.

먹을거리는 정성과 사랑이 반이다. 부실도시락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돈에 양심을 판 이들이 사람의 온기마저 훔쳤기 때문이다. 비록 냉동식이지만 시내 결식아동들에게 배달되는 도시락에는 이모같은 복지사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