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 형제를 돌보는 이모 할아버지는 "방송에 나오는 걸 보니 먹을 것이 못되던데 그것에 비하면 김포시는 너무 고급이다. 서로 먹으려고 해서 모자를 지경"이라며 한 개 남은 볶음밥을 꺼내 보였다.

초등학교 2학년 한모 쌍둥이 남매네도 마찬가지. 오빠는 새우볶음밥, 동생은 치킨볶음밥이 "가장 맛있었다"며 만족해 했고 할머니는 "애들이 배달된 밥을 참 좋아한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고등학생 손자를 돌보는 안모 할머니는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배달되니 몸이 아파 병원에 가도 이제 밥 걱정은 없다"고 안도했다.

시는 부실 도시락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10일 각 읍면동에 자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로 만족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담당자는 타 시군의 도시락 배달 실태와 반응을 비교했던 것이 신뢰도가 높은 업체와 연결돼 시행착오를 줄였고 직접 가정을 방문해 보관법과 조리법 등을 안내한 것이 만족도를 높인것으로 평가했다.

도시락 업체와 계약 업무를 주관한 복지과 홍지혜씨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도 절대 만족은 없겠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식사 시간을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아이들의 여건을 고려해 먹고 싶을 때 간편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의 중심에 뒀다"고 말했다.

샘플과 배달식이 동일한지 내용물을 직접 확인한 사우동 고명남 사회복지사도 "계약 당시 생소한 샘플을 보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같이 시식한 동료들이 후한 평가를 내려 안심했다"면서 시식을 권했다.

기자가 시식한 밥은 지난 2일 이모군 집에 배달된 해물볶음밥. 포장 설명대로 내용물을 용기에 덜어 전자레인지에 4분 조리하면 완성이다. 질 좋은 국산 쌀을 사용해 금방 지은 밥처럼 찰지고 내용물도 충실했지만 270g 용량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의 1식으로는 다소 적은 듯 했다.

비빕밥, 우동, 데미그라스, 해물덮밥 등 냉동식과 볶은 김치 500g, 구운 김 1봉지, 튀김450g 등 진공 포장된 부식 10끼 분량이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열흘 단위로 배달된다. 1식 비용 2,500원에 보관 기한은 3개월. 제조업체는 인천시 소재 C식품으로 김포시를 포함해 11개 시군에 납품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까지 도시락 대신 농수산 상품권을 지급했으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감사 지적에 따라 수요자들의 요구를 조사,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점식분은 도시락으로, 저녁분은 상품권으로 지급 방식을 절충해 시행 중이다.

시내에는 기초생활 수급대상 아동 115명과 방학을 맞아 교육청, 읍면동에서 추천한 아동 111명 등 총 226명이 도시락을 배달받고 있다.

복지과는 "결식아동들은 심적으로 허기진 아이들이라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웃들의 보살핌과 배려가 가장 좋은 도시락"이라며 사각 지대의 결식아동 추천을 당부했다.

시에 도시락을 배달받는 아동들 중 초등학생 이하의 가장 세대는 없다. 친인척에 양육이 위탁된 가장은 66명. 도시락을 받는 아동들은 대부분 빈곤, 부모가출, 저소득 맞벌이, 부모의 질병 등으로, 주로 조부모와 한부모 가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냉동 도시락은 한끼 식사를 위해 아이들이 원거리 급식소를 오가는 불편과 심적 부담으로 포기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고 배달료, 용기 값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식은 밥과 부실한 찬의 일반 도시락보다는 실속있어 보였다.

관계자는 "인스턴트 제품의 사용을 지양하고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로 영양 균형을 맞추려는 업체의 양심과 관련기관의 지속적인 지도 단속, 이웃의 애정어린 보살핌이 보완의 열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