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내는 내 옆에 있었구나. 하루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모르고 살았구나. 너무나 소중한 내 사람이었구나. 처녀 때 갸름하고 예쁜 손이 많이 까칠해졌구나.

잘도 오르고 잘도 내려간다. 손잡고 오르고 내리니 이 아니 좋을쏜가.
그래! 이것이 행복이야. 부부가 부부답게 살아야지, 무늬만 부부가 있다던데…

작년 여름 토요일 오후 5시, 나는 집사람 손에 이끌려 여성회관 '아버지교실'에 들어섰다. 연배 아래인 이들도 많고 동년배도 두루 있어 그런대로 첫 수업에 잘 적응하였다.

집사람은 먼저 '상담심리교육' 과정을 수료하면서 다음 교육과정인 아버지교실에 내 의사를 불문하고 수강신청을 한 것이다.

강사의 솔직한 '자기 노출'에 이어 수강생들의 진솔한 고백들이 간간이 이어지면서 수업분위기는 고조됐다. 은근히 토요일 수업이 기다려졌다. 많은 아버지들이 수많은 고민을 가지고도 꿋꿋이 살아가고들 있었다. 자기반성을 하면서 가정을 지키고자, 이끌고자 노력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덧 6주 교육이 끝났다. 종강파티를 하면서 2차 호프집에서 임원도 선출하고 다음 모임(번개)을 기약하였다. 모두들 희망에 가득찬 모습이었다.

얼마 후 '부부관계증진교실'을 개설한다 하여 우리 내외는 주저없이 등록했고 열심히 수강했다. 나 홀로 수강할 때는 집사람 흉보는 재미도 쏠쏠하였고 스트레스도 푸는 듯 하여 좋았는데, '심각한 문제'와 '사소한 다툼'이 있는 다른 내외들끼리 서로서로 집단치료 받는 듯 한 이번 교육 분위기도 괜찮았다.

아내와 아들 둘에게 너무 권위적인 단점이 노출되면서 반성하고 교정하여 뒤 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고 가장의 의미를, 가정의 소중함을, 아내의 고마움을, 두 아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중요성을 일깨워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수료 후 '가정을 사랑하는 모임(가사모2004)'을 결성했다. 정보통신부장, 홍보부장 등 임원도 선출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하면서도 상담실을 지킨 여성회관의 황진순 실장의 헌신적인 모습도 기억에 남고, 앞으로 위 교육과정을 수료한 부부들은 모범적인 가정을 이끌며 당당한 김포시민으로서 좋은 아버지 어머니로 살아갈 것으로 확신한다.

1월 2일 새해맞이 문수산 등반 후 아내들이 오랜만에 몸보신하라며 사준 장어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부부교실은 꼭 문제 있는 부부가 수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부관계 증진은 예방주사 맞듯이 부부위기 예방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믿는다.

'나 전달법(나는 네가 이렇게 하기를 원해…)' 등 으로 나날이 겸손해지며 집사람을 돕는 남편으로서, 자상한 아버지로서 거듭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좋은 교육과정에 등록시켜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은근히 번개모임이 기다려진다. 시에서도 관계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부부교실을 지원, 후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