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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지구 청구한라아파트 들머리에 2개월 전 '초록마을'이란 가게가 문을 열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벌써 천여 회원이 드나든다니
영수증에 새긴 문구처럼 "건강과 행복을 주는 가게"로의 입지가 제법 탄탄해진 셈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이 높아가는 즈음에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주인부부는 '발품'을 보상했다.
초록마을의 엄선한 유기농수축산물은 친환경 농법 표식을 달고 있고, 생활용품들은 친환경적인 생산과정과 검수과정을 공인하는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다. 박두진씨는 최근의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이 "생산자와 유통자만의 책임이 아닌 소비자와 판매자의 공동 책임"이라며 최종적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판매자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신뢰를 팔지 못한 책임이 무지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얘기.
채소를 예로 들면, 유기농 인증 자체를 불신할 수도 있는 유통체계는 가게 운영자의 감시 강화로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가가 인정하는 '유기농품질관리사' 공부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나를 믿고 상품을 선택하게 하고
싶다"는 일종의 장인 정신이라고 할까. 먹을거리가 '생명의 근본'이라고 여기는 이들 부부는 소비자가 100% 믿는 상품 판매장 운영을 꿈꾸고
있었다.
기독교 모태신앙인인 아내의 信心에 동화돼 뒤늦게 교회에 나가면서 "앞으로의 직업은 남에게 건강과 행복을 선물하는 일을 선택하라"는 교회의
권유와 "사람은 자연'이라는 '초록마을'의 모토가 남편 박두진씨의 결심을 부추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정신이 유교적이라 실속보다 지나치게 외형을 중시하는 생활에 젖어 있어요. 그런 정신이 먹거리까지 깊이 연관돼서
소비자가 겉보기 좋은 상품을 선호하니까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도 살아남기 위해 그 기호를 맞추려고 농약이다, 비료다 생명의 원천인 땅을
죽이면서 얼른 보기 좋은 상품 만들기에 골몰해 온 거죠."
정희씨는 일본 주부들의 사람을 자연으로 여기는 건강한 살림 문화와 의식이 우리
나라 주부들에게도 빨리 자리잡길 바랐다.
그런 바램이 가게 운영 2개월 만에 성큼 희망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가게에서 만나는 젊은 주부들의 건강한 의식이 김포에 들어오기 전
가졌던 부정적 선입견을 깼다는 것이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 메모하고 20여년 살림 노하우에 섞어 공유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그래서 "찡그리지 않는 얼굴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터"를 제안한 남편이 곁에 있는 한 지켜갈 작정이다.
하루종일 남편과 같은 공간을 누비며 "아 저니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새삼스런 발견은 '두 아이 (대학생 큰딸과 고등학생 아들)의 독립
후 둘이서도 괜찮게 살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까지 해소했다.
남편 박두진씨도 "직장생할을 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술자리를 잊어버린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게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밤 10시까지 아내와 함께 하는 색다른 일상을 즐긴다는 애정의 표현으로 들린다.
정희씨는 남편의 변화하는 원천을 "진짜 '잘사는 삶'에 대해 옥중에서도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한 어느 시인의 노래로 정의했다. 가족이
무언가 해주고 돼주길 바라는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알기에 스스로도 가족의 희망이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보슬한 흙처럼 수더분한 인상의 이들 부부는 '가게 홍보용' 기사로 기자에게 누가될까 염려했다. 그래도 초록마을에서 당당하게 "아하, 믿는
사람들이라 좋구나" 신뢰를 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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