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 때, 찾아오세요"

9년 전 김포로 이사 오던 해 남편은 어려운 형편에 어린 남매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살아갈 방도가 막막했다. 다섯 살, 두 살 어린 것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다행히 고마운 이가 포장마차와 아파트 입구 자리를 소개해줬다. 15개월 된 아들을 등에 업고 떢볶기와 오뎅을 팔기 시작했다.

그 기간이 길었던지 이번엔 허리 디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불법 영업 단속반에 쫒겨 허탕이라도 치는 날에는 통증이 더욱 심했다.

어느날 "추운데 오뎅이나 한 개씩 먹고 가자"며 세 남자가 들어섰다.
포장마차 안에서는 말썽 피다 들킨 아들 녀석이 두 손을 들고 벌을 서는 중이었다.

두 남자가 나가고 아이와 나를 번갈아 보던 한 남자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너무 힘들면 한 번 찾아오세요."

두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절망스럽던 날, 따뜻한 미소의 그 남자가 주고간 종이를 찾았다.

'김포시장 김동식'.

시청 복지과를 찾아간 나는 처지를 이해하는 복지사를 만나 살아 갈 힘을 얻었다.
이제 14살, 11살 난 아이들도 바르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 모두가 고맙다.

'우리'라는 공동체

17일 저녁, 복지과가 주선한 '모부자 가정과 여성단체협의회의 송년 모임'에는 13개 김포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장단을 비롯해 공직자 아내들이 동석해 한부모 가정의 신산한 삶의 무게를 나눴다.

손씨를 비롯한 40여 한부모 가정이 초대된 이날 자리는 여성단체협의회가 그동안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 계층에서 제외시킨 미안함을 더는 의미로 음식을 준비했다. 시는 가구 당 1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증정했다.

홍락희 회장은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는 격언을 인용해 "추운 겨울은 봄이 머지 않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이자. 앞으로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 달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조남옥 계장은 "한부모 가정이란 큰 사랑이 있는 가정이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다양한 가족 형태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훈훈한 정이 넘칠 자리를 생각하니 마음에 울림이 전해진다"는 시장 메시지를 대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