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제과제빵 수업 시간에 만난 녀석들이 학교 축제 때 무대에서 공연하는 자기들을 보러 오래서 그러마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할 기회가 됐다.

체육관이 가까워지자 흥겨운 풍물 소리가 들렸다. 추운 날씨에도 머리를 끄덕이면서 박자를 가늠하고 있는 녀석들이 대견하고 의젓했다.

"다 잘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경민이 북이 좀 빨랐지. 그래서 99점. 다시 한 판 놀까?"
특수반 담임인 정순애 교사와 보조 교사까지 가세한 풍물은 근사했다.

"선생님 이제 몇 점 이에요?"
"다 훌륭했어. 100점"
"와~ ♬"

"날씨라도 궂으면 모두 제각각이라는 녀석들을 자리에 눌러 앉히는 일로 풍물만한 걸 찾지 못했다"는 정 교사는 풍물담당 이정미(고촌면)씨의 탁월한 지도력을 높이 샀다.

어떤 식으로든 선생님과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할 줄 알았지만 무덤덤한 녀석들은 각자의 악기를 들고 교실로 들어가 제 자리에 척척 정리까지 마쳤다.

처음엔 "아이들이 예고없이 몸을 만지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애먹었는데 이제 먼저 안아 주고 만질 만큼 스스럼 없는 관계가 됐다"는 이정미씨는 언젠가 밖에서 만난 경민이가 "두 손으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 보일 때는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로 아이들을 지도해 온 이씨는 "내년엔 열명 중 여섯명이 졸업하기 때문에 꽹과리, 장구, 북, 징 외에 재금을 더해 풍물반을 운영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의 감회를 달콤한 케익으로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