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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3년 2월 9일 감정동 실크밸리와 인천시 불로동 일대 5개 아파트 주민 2,000여명이 참가한 '변전소 건설 철회' 가두 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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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과 함께 김포에 삶의 뿌리를 내린지 벌써 만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서울 생활의 번잡함을 접고 어렵게,
어렵게 내집을 마련하여 이사를 왔다. 집 시세가 서울보다는 현저히 싸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산으로 둘러싸인 푸른마을이 좋아서 출퇴근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이사를 온 것이다.
그러나 김포에서 한 계절을 넘기자마자 김포변전소라는 화두가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변전소 부지가 공원 부지라며 광고한 건설업체의
카다로그와는 달리 인근에 변전소 부지가 입지되어 있었으며, 곧이어 공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나는 시민운동가도 투사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김포변전소라는 화두 앞에서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속았다'라는 느낌과 함께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험난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내가 소용돌이에 빠진 이유 하나.
처음부터 변전소라는 건물이 내집 앞에 있다고 알았으면 나는 결코 이 곳 김포로 오지는 안았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변전소는 유해 시설이다. 아니 대한민국 어디에 가서 물어봐도 답변은 똑같을 것이다.
거미줄 같은 송배전 선로의 전자파 영향은 인근 지역에 환경적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리상 해석으로는
근린생활시설물이다. 나와 우리 가족은 친환경적인 거주를 할 권리와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한 것이다.
내가 소용돌이에 빠진 이유 둘.
나와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하여 우리는 수십 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하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
어떤 관계 기관도 우리의 실태와 상황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심지어 허가권자인 김포 시청조차도 강 건너 불 구경식의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다못해 전기절약 운동도 안한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도 싫어할 거라 생각한다. 누가 자기 집 옆에 변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좋아 하겠는가? 그래도 처음에 힘 있는
그들이 우리와 같이 걱정하고 아파했으면 지금의 김포변전소 문제는 이렇게 확대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변전소 민원 초기인 2001년, 한전은 2003년부터 김포시 전역에 마치 정전 사태가 일어날 듯이 홍보하며, 우리를 설득하려 했다. 그런데
한전은 지금와서 2005년말에 가면 김포시의 전기 공급 문제에 대하여 차질이 예상된다고 다시 이야기한다. 정말로 2003년에 정전사태가 예상된
것이었는지, 2005년 말에는 과연 전기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지 의문과 함께 태연히 주민을 우롱하는 그들의 행태가 괘씸할 뿐이다.
나의 삶은 몰라도 내 아이들 만큼은 도덕과 상식이 있는 터전, 좀더 낳은 대안이 연구되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내가 소용돌이에 빠진 이유 셋.
우리 푸른마을에는 지금 알 수 없는 정서적 패배감이 감돌고 있다. 김포변전소 반대 투쟁으로 3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주민들 사이에서는 거대 조직과의 싸움은 안된다는 인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나는 끝까지 옳은 일에는 굽히지
말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하지만 김포변전소가 들어서면 여기 우리 1,786세대의 주민들은 과연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야 이곳 대한민국을 떠나면 되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 내가 사는 곳은 내가 좋게 만들어야 한다.
요즈음 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김포변전소 문제로 주민대표들이 46일 동안 쇠창살 속에서 갇혀 있었는데, 과연 내가 그 뒤를 이어
고난의 길에 앞장 설 수 있을지? 그래서인지 내 주변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고민이 나에게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래도 올해 우리에게는 등받이 할 새로운 희망 하나를 얻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유정복 의원이다.
유정복 의원은 우리 주민들에게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공약을 하였다. 본인이 시장 시절 허가 낸 문제에 대하여 본인이 주민의 뜻에 따라
부지 이전에 대하여 結者解之하겠다고 하였다.
結者解之라는 공약을 하면서 당선된 유정복 의원은 요즘 우리 김포시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나 또한 유정복 의원이
김포변전소 문제에 대하여 명쾌한 해답을 주리라 다시 한번 믿어 본다.
올 가을에는 여우재고개(현 김포변전소 예정 부지) 산허리에서 우리 아이들과 작대기 하나씩 나눠 가지고 밤송이를 까고 싶다.
어떤 곳에서 지나간 시간을 생각 할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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