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밤 12시 13분경 고촌면에서 급성질환자의 구급 접보가 내렸다.
현장까지는 약 10km의 거리였으나 신고자인 아내가 고령이라 자신의 집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고, 늦은 시간이라 길에 지나가는
행인도 없어 환자의 집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렵게 현장에 도착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코를 골며 자는 듯 누워있었다.
환자는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은 떴지만 의식이 명료하지 못했고 입에서는 알콜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과거병력을 확인하니 당뇨가
있었다.
우선 저혈당 쇼크를 의심해 혈당을 점검했다. 수치가 22로 체크됐다. 10%의 포도당 500㎖를 정맥에 빠르게 주사했다.
환자를 방에서 구급차까지 옮기는데 길이 매우 좁아 구급대원이 업어 이송할 수 밖에 없었다. 업기법을 이용해 환자를 구급차에 옮기고 병원으로
출발하려는데 환자의 의식이 좋아지면서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환자는 평소 당뇨로 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당일 식사를 거른 채 술을 마셔 저혈당에 빠진 것으로 판단됐다. 다행히 환자는 정맥주사 후 바로
의식이 돌아와 안전하게 이송후 귀소했다.
급작스레 의식을 잃는 환자 중에는 단순 만취자나 뇌질환자들 외에 당뇨환자가 음주로 인해 의식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상황판단과
환자평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
|
당뇨환자들이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술은 마시면
안되는가?'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등이다. 당뇨환자에게 술은 멀리할수록 좋지만 꼭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식후에
1~2잔 정도만 권하고 싶다.
환자들은 맥주는 보리술이니까 나쁘지만 소주나 양주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주나 양주는 같은 양일 경우 맥주에
비해 4배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 더 해롭다.
절제할 수 있고 열량을 계산한다면 하루에 한 두잔의 술 정도는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음주문화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뇨병 환자가 술을 마시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첫째는 술은 열량은 가지고 있지만 비타민과 미네랄과 같은 영양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둘째는 과음하게 되면 심한 저혈당이 올 수 있고 주위에서는 이것을 술에 취한 상태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일부
당뇨약은 술에 대한 과민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뜻하지 않게 환자들이 고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외에도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 간에 손상이 가게 되고 간이 당을 생성하고 저장하는 일을 잘 못하게 되면 혈당조절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고, 지속적인 음주는 혈중의 콜레스테롤을 상승시켜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되는 등 당뇨환자의 음주는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금주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