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멈춘 틈을 타 '김포를사랑하는여성들모임' 회원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어제 다듬어 절여 두고 간 배추를 버무려야 한다.
한편에선 씻어 건지고, 한편에서는 속을 넣고, 한팀은 땅에 묻고, 손발이 척척이다.

배추와의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는 이곳은 대곶면 송마리 수산나요양원. 인근 해병부대에서 지원나온 군인들은 운반책을 맡아 버무린 배추를 보관장소까지 리어카로 연신 실어 날랐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자 동산같이 쌓였던 배추가 바닥을 보였다. 백포기 들이 땅 속 김장통 일곱개가 가득 찼다.

비바람에 첫 눈발 날린 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그늘진 곳에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여성들의 건강한 노동이 경이롭고 든든하다.

오인순 원장은 "김장하고 나니 겨울 근심이 없다"며 "이들의 진정한 자원활동이 요양원의 난로"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배춧잎에 삶은 돼지고기와 양념속을 싸서 꿀맛같은 점심을 먹었다.

육십여명 오갈데 없는 노인을 돌보는 수산나요양원 식탁엔 겨울 내내 사랑의 맛이 밴 김치가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