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가 조례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내용을 넣지 못하고 애초의 심사 보고와 대동소이한 수정안을 가결하는 웃지 못할 코메디를 연출했다.

의회는 10일 본회의에서 '김포시공립어린이집위탁운영에관한조례중개정조례안'에 대한 수정안 채택 여부를 전체 의원이 참여한 투표로 결정, 황금상 의원 외 2인이 발의한 수정안을 찬성 7표, 반대 1표, 기권 1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본회의는 본 사안의 수정안 발의 제안을 조율하느라 예정보다 1시간 늦은 11시에 개회됐다.

그러나 수정안의 내용은 이미 개정안 심의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이어서 의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심의했는지도 모르는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 됐다.

황금상 의원이 발의한 수정의 골자는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이 2004년 1월 전면 개정되고, 시행 경과 기간이 1년인 점을 감안, 현 조례상 2004년 12월 31일로 명시된 위탁 기간 조항을 상위법과 상충되지 않도록 2005년 12월31일까지로 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현재 2004년 12월31일까지인 위탁 기간을 2005년 2월 28일까지 연장토록 한다"는 조례특위위원장 이영우 의원의 원안 보고에 이미 포괄돼 있다. 바뀐게 있다면 위탁 기간이 1년 차이가 난다는 점이지만, 이 차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의회는 설명하지 못했다.

본회의 의결 후 이영우 의원은 "이따위 의회가 왜 필요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의회가 '헛수고'를 한 이유는 황금상 의원의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도대체 수정안을 왜 발의했느냐"는 질문에 황 의원은 "어제 심의에 불참해서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는 해명 뒤에 "시설장 선정 과정에서 시장에게 전권이 위임돼 있는 조항을 수정하려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상위법의 경과 기간과 충돌한다는 지적은 재개정을 위한 포석이고, 실제로는 시설장(원장) 선정 권한을 명문화하기 위한 의도였으나 미처 내용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현 조례는 시설장 선정위원회 위원 구성권을 시장이 행사하도록 부칙으로 정하고 있다.

"당초 개정안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이영우 의원은 수정안 투표 결과에 끝내 냉소했다.

의원들 스스로가 얼굴에 먹칠을 하고 위상을 추락시킨 이번 사태는 의회가 얼마나 허술하게 자치법규를 다루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고 절차를 공전시킨 황 의원이나 사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덩달아 박수를 친 다른 모든 의원들은 직무태만이라는 지적과 함께 자질 시비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