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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란 법이 없는 세상이 아니다. 법이 있으면서 법의 권위가 떨어져 법을 지키지 않는 세상이다.
법은 상호권익을 침해하지 않고 개개인의 독립적인 삶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 졌다. 그래서 이 법을 집행기관이 법을 엄격하게 수호할수록
국민은 정부를 믿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법이 없거나 무력해진다면 금수의 세상처럼 약육강식의 살벌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나는 6.25 사변으로 내 고장이 잠시 적의
수중에 들어가 남한의 법도 북한의 법도 적용되지 않는 혼란기에 무법천지를 경험했다.
그때는 좌익의 완장을 찬 사람이면 사람의 생명을 자신들의 감정에 따라 마음대로 처리했다. 억울하게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그래서
무법천지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만약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그 법을 경시하고 법 위에 군림한다면 엄청난 불행이 닥치게 될 것이다. 국민 몇 사람이
위법하는 것은 그 사람만 격리하면 되지만 정치인이 법을 경시하면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된다. 누가 그것을 제재하겠는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법의 잘못된 해석과 편파적 적용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기도 하고 또한 권력과 힘있는 자에 의해 특별한
목적과 수단으로 이용될 때가 많았다.
1954년 11월29일 그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은 장기 집권을 목적으로 국회에서 사사오입(四捨五入)의 기괴한 논리를 적용해 정족수 미달의
헌법개정안을 불법적으로 통과시킨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국부(國父)로서 역대로 추앙받아야 할 건국대통령의 동상이 길거리에 끌려 다녔고 그는 하와이로
망명하여 비운의 최후를 마쳤다.
오늘날의 정치풍토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라기보다는 정치인들끼리 당대당의 싸움으로 해가 뜨고 날이 저문다. 서로의 잘못을 용서못하고 서로
죽기로 작정한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다.
15대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법을 한나라당의 주도로 여야 합의하여 통과시켰다. 그랬는데 한나라당이 만들어진 법을 그토록 반대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그때의 생각이 잘못이었다고 사과만 하면 법은 언제든지 번복될 수 있단 말인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위헌이란 판결이 났을 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승리" 라고 환호했던 현정권마저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은 왜 "헌법을
훼손했다"고 하는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당리당략의 자의적 해석이 도를 지나쳐 법 수호의 최후의 보루인 헌재 판결마저도 불신해버린다면 어떤 논리로 국민을
치리(治理)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법의 권위를 무너뜨리면 누가 국법을 준수하겠는가.
국민만 혼란과 분열과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고 만다. 물론 법은 언제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 그러나
만들어진 법은 절대 엄격하게 지켜야 하고 새로운 법이 요구되면 개정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참된 민주주의의 실현은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일깨워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시인 이관희씨는 말한다. "민중의 잠을 깨우지
않는 민주주의란 희망이 없다. 민중의 잠을 깨워 지혜있는 민중을 만들자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철학이고 목적이다."
민중이 잠든 의식이 깨어나 보다 밝은 판단력을 갖게 되고, 더 강한 자유의지의 정신을 갖게 되며, 더 왕성한 행복 추구의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는 모든 방도를 가리켜서 민주주의의 정치라고 부른다. 민주주의 최대의 적은 무지이다. 의식이 깨어나지 못한 국민은 결단코 민주주의를 바로
할 수 없다.
민주정치란 여러 사람(국민)이 한 사람(대통령)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두려워하는 정치여야 한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 일이 있는가?
역대정권은 전 정권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차별성과 우월성을 보이기 위해 전 정권을 애써 부정한다. 김영삼 정권 때는 군사정권의
이미지를 씻기 위해 문민정부임을 강조했고, 김대중 정권 때는 모든 권위의식을 탈피하고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국민의
정부라고 자임했으며 지금 노무현 정권은 모든 국민의 직접 참여라는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참여정부라고 명명하고 있다.
참된 민주적 역량을 가진 지도자를 만났을 때 국민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메뉴가 역사 바로 세우기,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권도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본인이나 그 권속들이 한번도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는 그만 국가의 위상을 낮추고 국민의 자존심을 꺾는 부정적 역사는 들추지 말자. 계속 잘못된 것만 들추고 폄하시켜서 오욕(汚辱)의
역사, 빈깡통의 역사를 만들면 민족의 정통성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진정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참된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평가하고 민주주의 근본인 준법정신을 먼저
솔선해야 한다. 잘못된 역사는 반면교사로 삼고 잘된 치적은 자손만대를 통해 자랑과 긍지로 국가의 유구한 정신적 유산으로 보호하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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