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책에서 어떤 박사가 죽어가는 사람의 무게를 쟀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죽는 순간 아주 미묘하게 무게가 줄어들었고 줄어든 무게가 바로 육신이 아닌 어떤 것의 무게라는 글을 읽으면서 영혼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맥드갈 박사는 사람이 죽는 순간 21g의 질량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고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21g, 겨우 동전 몇 개, 아니면 작은 새 한 마리, 혹은 쵸코바 한 개의 무게가 바로 영혼의 무게라는 가설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죄를 짓고, 혹은 복수를 행하는 것은 육신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건 영혼일지도 모릅니다.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순간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대학교수 폴은 자신에게 심장을 이식해줄 사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폴의 곁을 떠났던 아내 메리는 그의 곁으로 돌아와 간호하며 폴의 아이를 갖길 원합니다.

이미 그의 아이를 유산시킨 적이 있는 메리는 사랑하는 폴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인공수정을 합니다. 어느 날 밤, 폴에게 맞는 심장을 구했다는 연락이 오고 폴과 메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자동차 사고로 남편과 두 아이들 모두 사망하게 되고 그녀는 다시 약물과 알코올에 의지해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나갑니다.

전과자인 잭은 자신의 힘든 삶을 종교를 통해 구원받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내와 함께 두 아이들을 키우는 그는 과거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과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로 사람을 치게 되고, 그는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며 자수를 합니다. 자신이 구원받은 줄로 믿고 있던 그는 여전히 불행한 인생을 저주하며 자신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을 떠납니다.

어쩌면 전혀 만날 일이 없었을 이 세 사람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얽혀들게 됩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폴은 자신의 삶이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 주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합니다.

심장을 이식해준 사람을 수소문한 그는 크리스티나의 남편의 심장이 자신에게 이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와 아이들의 교통사고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크리스티나는 남편의 심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남편과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갑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술과 마약에 의존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다짐합니다.

교통사고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인 잭은 자수를 하고 감옥에 갑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구원받은 게 아니라고 믿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아내의 뒷바라지로 출소하지만 죽어가던 아이의 눈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 가족들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삶은 계속된다’는 말처럼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 역시 삶이겠지요. 보잘것없는 육신에서 21그램의 무게가 줄어드는 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