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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재의 사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더 널리 선양해 우리시대의 거울로 삼자."
눌재(訥齋) 양성지(梁誠之) 선생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학술 세미나에서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이광호 교수의 제안이 있자 만장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29일 시민회관 다목적홀에서 5백여 시민과 양씨 문중, 유림, 김동식 시장과 유정복 국회의원, 이용준 시의회 의장, 조한승 문화원장 등
내빈들의 축하 속에 양승무 한국유교학회장의 대회사로 시작된 세미나는 '우리시대가 새롭게 조명해야 할 사상가'로 눌재를 정의했다.
객석에서 끝까지 세미나를 경청한 김기열(전 사우고 교장)박사는 "세미나를 계기로 유교학회가 눌재 양성지 선생을 문묘 배향 성인으로 추천할
의사는 없는지" 유쾌한 질의로 장내를 환기시켰다.
눌재 선생은 조선 태종부터 성종대까지 6대조를 섬긴 후 양촌면 대포리에 내려와 후학을 양성하다 생을 마쳤다. 대포리 산 32번지에 사당인
수안사가 있고 매년 문중에서 고유제를 올리고 있다.
양성지 선생의 후손이라고 소개한 한 인사는 "미국과 중국 등 강국들의 힘의 논리에 밀려 우리나라 존립이 위태로운 때"라며 "국민들은 양성지
선생의 주체사상 무장이 필요하고 성인인 국민 모두는 반성과 자성을 우선해야 한다"며 눌재 사상 선양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청강자들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와 혼란스런 정치 상황에서 민족주체성을 강조하고 군주의 도덕성과 위민정책을 제안했던
선각자 눌재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뜻깊은 기회를 마련한 학회와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세미나는 조선 전기 대사상가 눌재 선생의 생애와 경세, 국방, 사회, 교육, 예악 사상에 대한 연구자들을 초빙, 분야별 기조 발표를
듣고, 즉석 논평한 후, 논평 교수들의 질문을 종합해 발표자가 답변하는 종합토론 형식으로 5시간 동안 진행됐다.
<발표자와 발표 주제>
기조발표 : 최근덕(성균관장)-눌재의 생애와 경세 사상
좌장 : 조민환(춘천교대
교수)
제1주제 : 김호일(중앙대교수) 눌재의 국방사상, 논평 : 이광호(연세대 교수)
제2주제 : 김낙진(진주교대교수) 눌재의 사회
사상, 논평 : 김용현(한양대 교수)
제3주제 : 유권종(중앙대교수) 눌재의 교육 사상, 논평 : 이명수(성균관대 교수)
제4주제 :
신두환(성균관대교수) 눌재의 예악사상, 논평 : 이문주(한남대 교수)
종합토론 : 좌장 이광호(연세대 교수)
○'눌재의 생애와 경세사상' -최근덕
성균관장
눌재 양성지 선생은 조선조 태종 15년(1415년)에 태어나 성종 13년(1482년)에 68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40년간 6대조를 섬긴 문신이다.
그의 사상적 특성을 솔직담백해 거리낌없이 행동하고, 당에 끼어들지 않았으며, 현실에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해 행정능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정책입안에 명석하고 식견이 심원해 서적 편찬사업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경세관은 크게 여섯가지로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철저하게 유학적 교의를 기조로 삼았고, 둘째,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대담하게 민족주체성을 강조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셋째, 文武如一 정책을 주창했고, 넷째는 經學과 史學의
균형있는 발전 도모를 강조했다. 다섯째, 노비나 백정 등 그늘에 있는 백성들에 대한 위민정책을 제의했고, 여섯째, 국방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많은 계책을 제시했다.
이같은 눌재의 사상은 후세 율곡 이이가 많은 부분에서 연구한 기록이 있다. 선생 사후 5백여전이 지난 오늘 그의 학문과 경륜은
현세의에도 계승 발전의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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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재의 국방사상' -김호일 교수
눌재의 국방사상 핵심은 '관방론'이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눌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이론가이며 실사구시의 실천론자였다.
눌재는 국방을 위해 외침을 막기위한 수단으로 변방을 잇는 길다란 행성 축조에 대한 실효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대신 인문지리적
요지를 선정하고, 이 지역에 중점적으로 군사시설을 갖추고 적을 방어하자"는 관방론을 주창했다.
그의 독창적인 국방 이론의 창출은 그가 역대를 종람한 역사 의식과 해박한 지식, 지리지 편찬과 지도제작 경험이 배경이다.
그의 관방론은 조선 전기엔 부각되지 못하다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관심과 재평가 이뤄져 임란 후에는 경기와 수도 방위를
위한 '변방수비 10가지 계책'이 정책에 반영됐다.
후기 정조대에는 눌재의 사상이 규장각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문헌비고'나 '만기요람'에서는 관방론 논의에서는 1차로
양성지가 거론된다고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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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재의 사회 사상' -김낙진 교수
눌재는
'정치외교'을 위민과 국가주의로 정의했다. '왕패용병론자', '왕도사상가'라는 평가도 잇어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그의 사회사상은 '위민주의와 국가주의', '사대와 자유', '의리와 事功'등 개념을 대비시켜 설명하고 있어 이론과 현실 사이의
긴장감과 역동성을 나타낸다.
만민의 이해를 헤아려 민심을 얻고자 하는 의지가 여러 위민정책으로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백성을 견제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시혜의 대상으로 본 게 분명하다.
이런 통치술은 민심을 얻기 위한 '부드러움'과 선악 시비를 엄밀히 구분하여 상벌을 공정히 시행하는 '강함' 겸비로 대비되는데
눌재는 '강함'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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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재의 교육 사상' -유권종 교수
눌재의
교육사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의 국가 운영의 중요 주제와 깊이 연관돼 있다.
눌재는 교육을 국가의 생명체계를 유지하는 일로서 가장 근본적인 사업으로 정의하고, 나라의 번영과 발전은 도덕이 흡족한 정치에서
비롯되지만 교육은 정치, 경제, 국방, 문화 등의 개념보다 상위가치라고 단정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눌재는 첫째, 유학을 널리 보급하고. 둘째, 인재를 양성해 관료로 선발하고. 셋째,
민을 지배체제에 순응하게 만들었다.
이런 면에서 눌재는 유교전통을 조선의 고유전통과 조화시키고 이를 통해 생명력있는 조선국의 체계를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지녔었다고
판단된다.
이는 그가 "의관의 조복은 중국을 따르고 사신은 중국어를 쓰더라도 그외의 사람들은 우리것을 쓰고 입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데서
알 수 있듯이 궁극적으로 "우리풍토에 맞는 교육이 백성의 삶을 편안케 한다"는 자주의식과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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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재의 예악 사상' -신두환 교수
"서양에 마키아벨리가 있다면 동양에
눌재가 있다."
눌재는 조선건국의 자부심으로 민족적인 긍지를 지니고 민족예악을 실천궁행한 선구자였다. 그의 예악 사상의 중심은
'자주성을 바탕으로 한 황제국을 지향에 있다.
이같은 논리의 준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눌재는 "단군조선이 1000년을 누렸다"고 기술, 조선조의 유구한 역사성을 중국의
요순임금과 나란히 견주고 민족주체성과 정통성 구축 차원의 민족예악으로 구체화시켰다.
단군을 특정 사이비종교로 취급하는 무지의 시각에서 벗어난 눌재의 단군성조 논리를 계승해 국가 차원에서 치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에서는 신화적인 선조 요순에 대해 누구도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눌재가 제창한 단군성조는 신성불가침이어야 한다. 눌재 이후
조선에 오는 중국 사신은 단군 사당에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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