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길에 들어 섰습니다.

‘꿈나무길’

풍무동 월드아파트와 삼성아파트 사이에 난 길을 그냥 나 혼자서 붙여본 이름입니다.

원래 이 길은 농수로가 흐르는 개울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금정초가 들어섰을 때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통학로로 이용할 목적으로 복개공사가 진행되어 지금은 깔끔하게 단장된 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등교길에 재잘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통학로만 개설되었지 금정초는 아직도 개교 준비중이기 때문입니다. 부지가 4번이나 이사 다닌 끝에 얼마전 공사가 진행되기 시작했지만 예정보다 3년이나 늦은 2005년 3월 개교도 빠듯한 시점입니다.

이 길을 따라 오가는  아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꿈을 키우며 배움의 길을 닦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빌어 봅니다. 언젠가는 이 위에 덮여있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걷히고 일급수가 흐르는 개울 따라 아이들이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며 오가는 길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노랑색, 주황색 계통의 꽃들이 저마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경연대회를 하는 듯 합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국민학교 시절 불렀던 노랫말이 입가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는 꽃과 관계된 노래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꽃들이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는 자연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꽃이 참 예쁘죠? 꽃보다  더 예쁜 것이 뭔지 아세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조금만 더 가꾸어 보세요 정말 멋지게…’

꿈나무 길을 따라 걷다가 중간에 세워져 있는 팻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가가 보니 예쁜 글씨로 대화체 글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세운 팻말이었습니다.

‘글 구절이 참 맛깔스럽고 예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관에서 내세우는 표어나 글들은 대부분  딱딱하고 교훈적인게 특징입니다. 형식에 치우치다 보니 주민이 대상화되고 이러면 이럴수록 주민을 섬기기보다 가르치려드는 문구가 등장하는게 그간의 관주도의 홍보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꿈나무길에 마주친 팻말의 내용은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리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문구입니다. 비록 외진 길가에 세워진 문구 하나지만 , 누가 작성했는지는 몰라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훈훈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니 이미 성공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귀에 익숙했던 ‘군관민’ 이라는 용어가 언젠가부터 ‘민관군’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관 위주의 풍토는 개선이 안되는 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무원들의 소박한 자기실천의 모습이 반영된 것 같아 글을 읽어 내려가며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다시 길을 걸어가는데 안치환의 노랫말이 입가에서 흘러 나옵니다.

안치환은 어떤 마음으로 이러한 노랫말을 외쳤는지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지독한 외로움과 좌절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긍정성, 사랑,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처절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탁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외쳐대던 안치환의 노래에 넘쳐나는 분위기는 완성형의 결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가고 싸워나가야 할 과제에 대한 자기성찰의 목소리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이 과연 꽃보다 아름다운가?’

마음속으로 혼자서 되물어 봅니다. 아직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사람이 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라크의 참상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 인간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들은 ‘신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는 인간이란 생명체에 대한 존재의 이유’를 되묻게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심각한 회의감이 밀려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결코 포기해선 안된다는 마음속 밑바닥의 외침에 고단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계속 옮겨봅니다.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시인의 싯 구절이 허공속에 그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