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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시민축구단 김승기 감독 |
사우동 공설운동장 10월의 이른 밤은 김포시민축구단 선수들의 구호로 시작한다. 지난 K3리그 준우승의 기쁨도 잊은 듯 훈련에 여념 없다. 선수들의 구호 속 먼발치에서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김포시민축구단 김승기 감독. 어린 시절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 국가대표 선수생활까지 하게 되었다는 그. 숨 가쁘게 지낸 김 감독을 만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들었다.
“인터뷰에 앞서 시민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기대는 타 시 선수들 간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김포시민축구단에 합류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장기적인 활동량과 지구력이 우선
“어려서부터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재학 시절 ‘동 대항 축구 대회’를 출전하게 되면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죠, 어른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 어깨를 우쭐거리며, 자신 있게 공을 다뤘던 것 같습니다”
공을 가지고 노는 게 좋아서 시작한 축구. 모든 에너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발산된다고 말하는 김 감독. 그런 그는 요즘 선수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물었다.
“요즘 선수들 기술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상대를 읽고, 그에 적절한 기술을 펼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니까요. 그러나 기술 습득이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술력보다는 지구력이 우선이었죠. 장기적으로 강인함이 선수의 능력을 인정하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요즘 선수들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지구력으로 다져진 강인함이 다소 적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시대가 바뀜으로 지도 방법이 변하고, 변한 지도방법으로 트레이닝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개인기에 앞서 지치지 않는 지구력과 강인함이 선수에게는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축구 철학이 지난 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나 보다. 그는 2014년 5월 김포시민축구단 감독으로 부임 후 지난해인 2015년 시즌에 전국 3위의 성적을, 2016년 시즌에 전국 20개 팀 중 2위 성적을 냈다. 2014년 전체 18개 팀 중 15위였던 걸 비춰본다면 과히 놀랄만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신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
작은 체구에서 품어내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런 김 감독에게도 시련의 시기는 있었다. 고등 진학을 앞둔 그때를 회상하며 짓는 씁쓸한 미소 속에서 어린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축구가 하고 싶어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무척 반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농사를 짓는 집안에 일손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축구의 길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
그가 축구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동기였던 남대식 전 청소년 대표팀 감독에 의해서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남 감독은 친구 김승기의 재능이 아까워 서울 대신고로 진학을 권했다. 결정은 쉽지 않았으나 누구도 그의 축구에 대한 갈망을 꺾을 수 없었다. 대신고에 입학한 그는 한발 늦었지만, 꿈에 그리던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축구선수로 뛴다는 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타 운동부 구타사건이 있었습니다. 덩달아 축구부도 해체가 되었죠. 2학년 때 일로 기억됩니다만 정말 암담했습니다. 반면, 대신중학 축구부는 승승장구하고 있었죠. 부러웠던 차에 중학 선수를 대신고로 진학시키고자 고교 축구부가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다시 공을 찰 수 있었고, 대한축구협회 정식 선수로 등록되었습니다”
고교에서 축구선수로 맹활약하던 그는 대학진학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감독은 대학진학을 약속했고, 김 감독을 동국대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러나 그는 다시한번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가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라 기억하는 대목이다.
“운동이 무척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국은 그렇지 못하더군요. 3학년 때는 득점왕을 거머쥐기도 했지만, 4학년 때는 모든 대회가 무산되었습니다. 대학생의 집단행동이 전면 금지되던 때였으니까요. 운동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선수들에게 가장 고달픈 기억으로 남은 시기일 겁니다”
우리의 목표는 늘 한 가지... ‘우승’
여러 번의 시련과 암담함을 극복한 그의 인생에 가장 짜릿했던 시기가 있었다. 1973년 메르데카배 국가대표로 선발돼 일본원정경기에 합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대표에 선발되어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하루 4회 반복되는 운동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결국 누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따라 유능한 선수가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된다고 선수들에게 충고한다.
“어떤 경기든지 출발 전에 선수들과 약속을 합니다. 추상적이기는 하나 우리는 늘 한 가지의 목표를 두고 경기에 임합니다. 바로 ‘우승’이죠. 이번 시즌에 2위라는 성적을 내기까지는 이런 약속과 목표가 뒷받침되었다고 봅니다. 우승을 목표로 시작하고,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이를 상기시켜 승리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거죠”
경기 때마다 선배 선수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들이 흔들릴 때 적재적소에 후배 선수를 교체, 기용하며 김 감독만의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 그는 선수들에게 기술보다는 완성된 선수가 되라며, 선수들의 자율적 경쟁은 선수는 물론 구단의 입장에서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시도 하루빨리 프로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프로팀이 태동하여야 한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인프라 형성이 중요한 과제인데, 아직 천연잔디구장이 전무한 상태인 것을 보면 아쉽습니다. 김포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골드라인 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예산이 이쪽으로 지원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축구는 동반자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내년 시즌에 관해 묻자, 최고의 선수들로 구단을 채워보고 싶다고 한다. 최고의 선수는 최고 지도자를 만났을 때 빛이 날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선수를 편하게, 선수에게 문제가 있을 때 간단명료한 해결책을, 선수가 불편할 때는 그 불편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김승기 감독. 그는 오늘도 최고의 선수를 만들기 위해 기술보다는 완성된 선수로 거듭날 것을 주문하며, 축구장의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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