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채영 김포교육지원청 교육장

“첫 방문 학교는 김포 유일한 특수학교인 ‘새솔학교’였습니다. 특수학교라 지원이 더 필요한 줄 알았는데, 교장선생님의 책임 있는 경영을 보고, 일반 학교와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김포로 부임한 지 한 달여 반, 그는 김포 관내에 있는 86개 학교 중 3/4을 다니면서 현장감을 익히고 있다. 

가족과 교육은 뫼비우스의 띠

얼마 전 손녀가 태어나 할머니가 된 그는 자녀를 키울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한다. 할머니가 돼서야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며, 손녀 자랑을 하는 그는 우리의  영락없는 할머니다.

“핏덩이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하고, 어여뻐요. 지금 제 자리가 그런가 봅니다. 교사 생활을 할 때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했고, 지금은 할머니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그는 현재 수원 자택을 떠나 김포 사택에서 머물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혼자 생활이 낯설고 힘든 게 당연할 테지만, 그에게 있어 가족과 교육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가족 이야기로 출발해 교육 이야기로 돌아오고, 교육 이야기로 시작하면 다시 가족 이야기로 풀어 가니 말이다. 그는 기자에게 할머니의 눈으로 아이들(학생)을 보라고 한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교사가 보여주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후배 교사와 많은 제자가 그의 손을 거쳐 갔다. 하나하나 모두 소중한 기억들이다. 이야기 도중 문득 기억 속 단편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는 그는 천상 교육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를 생각해 보라니 신설된 모락중학교가 떠오릅니다. 교감 시절이었는데,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자청했던 곳이죠. 13명의 선생님과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선배 교사로서 뿌듯했죠”

“또, 수원외국어고등학교 교장으로 몸담고 있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평소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어느 날 한 학생이 입학설명회 때 교장인 제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즐겁게 보낸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교장인 저와 이야기 싶어 지원했답니다. 그 아이 말을 듣고, 교사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죠”

펜실베니아 주립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학위를 46세에 도전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는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아이들도 마찬가지라 했다. 단지 빠르게 시작하느냐 조금 늦게 시작하느냐의 차이이며 어른들이 기다려 주는 게 우선이라 했다. 그러면서 동기부여가 중요한데, 이때 또한 조급해하면 안된다고 덧 붙였다.

“학생은 바른 인성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역량의 인재이라도 인성이 부족하다면 사회에 흡수하지 못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른 인성은 학생 스스로가 만든다기보다는 교육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즉 교사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어린 관심을 표시할 때, 서로 배려의 마음을 배울 때 가능하지요. 또한, 교사는 전문성과 열정(사랑), 이 둘의 밸런스 조절이 중요 합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잠재적 교육과정에서 모두가 통일될 수 있는 공통점은 이 둘에 있다고 봅니다.

그는 책을 읽거나 미디어에 접촉할 때 늘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이야깃거리 생각한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교육자로서 자긍심이라 한다. 

김포 교육, 아이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찾는 데 힘 써야

어려서부터 김포평야에 대해 공부한 이유에서일까, 그는 김포가 낯설지 않다고 했다. 평야로만 알고 있던 이곳에 와서 보니 신도시 개발과 그에 따른 교육환경 변화 등 역동적 모습에서 에너지를 느꼈다 한다.

“김포에 역사가 긴 학교와 짧은 학교가 공존하는 걸 보면 공교육의 축소판임을 느낍니다. 그만큼 김포는 안정적인 학교가 많다는 이야기죠. 김포교육의 발전은 미래 발전이라 볼 수 있는데, 10년, 15년 후 김포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독특한 김포만의 색을 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은 항상 학생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김포 교육은 아이들이 꿈을 구체적으로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에 따르면 초등 과정은 잘 짜인 프로그램이 많다고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뤄지는데, 체험활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인지하는 게 기본이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등 과정에서 김포만의 자유학기제를 도입할 예정이고, 자유학기제를 통해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힘을 키워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를 활용한 특색 있는 고등 과정도 스케치하는 중이다.

“교육이란 결국 시선을 같이 두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학교(교사), 가정(양육자), 학생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소통할 때 비로소 참교육이 실현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