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두워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라고 하였습니다. 학문이란 일을 잘 익혀서 진실하게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 『성학십도』, 퇴계 이황(최영갑 풀어씀), 풀빛 --

오늘 새벽 잠시 산책하기 전에 읽던 구절이 오늘의 화두였습니다. 80세가 넘은 늙은 신하가 17세의 선조에게 성리학의 기본을 알려주기 위해 성학십도를 지어 바치면서 머리말에 『대학』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쓴 글입니다. 고교생의 철학 교육을 위해 쉽게 풀어쓴 성학십도인데도 쉽지가 않습니다. 전 그저 눈에 들어오는 대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읽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제 생각으론 지식을 받아들일 때, 자기식으로 체화하지를 않고, 그냥 암기해서 넣어두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배움의 경지를 또 다른 실천을 염두에 둔 경지로 생각지 않고, 실천과 다른 과정으로 인식하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정말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두워질 듯합니다. 어쩌면 어두워진 지식은 이미 삶과 동떨어진 죽은 지식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유교의 지식과 배움은 생활 속에서의 실천과 한 몸을 이루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라는 말은 생각만으로 진리나 실체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미로에 빠져 위태로워진다 라는 말같기도 하고, 생각을 자기 지식화하는 과정에서 고집이나 편견 등으로 무장되어 주변 모두에게 위태롭게 된다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전 문득 이 대목에서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추종자들을 미혹시켜서 위태로움에 빠지게 만드는 현상이 생각납니다.

전체주의를 우선시하는 공산주의 국가나 자신들만의 교리 외에는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에서는 그들이 가르치는 주의나 교리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교육합니다. 공산사회나 사이비 종교 단체의 하부집단이 획일화되면 상부집단 역시 자신들의 교리를 자기 비판하거나 확장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하부집단의 동요나 다른 현상 변화가 나타나면 그제서야 그걸 봉합하기 위한 태생 불명의 이론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런 과정으로 살펴보면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는 것”이 서로 비슷한 어느 한 쪽이 막혀있는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두워 진다’는 것은 시야가 좁아지고 고립된 상태가 되는 것이고, ‘위태로워 진다’는 것은 보이는 것만으로 사물의 이치를 판단하는 자기 방식의 사고만을 하게 되어 마치 장님이 지팡이도 없이 내를 건너는 것 마냥 사리 분별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배울 때는 따져서 묻고 배움의 정도가 어디에 이르렀는지 돌아다 봄으로서 지혜를 축척할 수 있고, 생각할 때는 사리 분별의 이치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알고서 해야 생각의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고, 이것이 또한 새로운 지적체험으로 축척될 것 같습니다.

칸트는 “직관없는 개념은 공허하며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직관은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감성의 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개념은 지성의 판단형식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지성의 선험적 판단형식을 12개 범주로 나누어 그 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좀 어렵고 지루하지만 결국 천 년 전에 공자님의 성찰을 그가 본 것 같습니다.

▲ 최철호 / 청석학원 원장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