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집단이 편향적이 된다는 것은 공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개인들끼리 혹은 집단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도되거나 편중되는 것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줄이는 것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최근의 미디어 소비패턴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취향 맞춤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투브, 페이스북, 각종 포털 등에서 소비자 선택의 취향을 파악해서 맞춤형 선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보통 취향 맞춤 알고리즘에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CBF, Contents Based Filtering)과 협력 필터링(CF, Collborative Filtering)이 있습니다. CBF는 소비자가 기존에 선택한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고, CF는 소비자와 비슷한 성향의 다른 소비자가 선택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대중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선택이 매 순간마다 그가 선택했던 과거의 결정이나 혹은 그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선택을 동조하는 식으로 결정됩니다. 개인이 그런 결정을 반복해서 계속할 때마다 그만큼 폐쇄적인 시야를 갖게 되고 개방적인 선택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향은 문화, 정치, 경제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한편으론 소비자들은 이런 선택을 편리하게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개방적인 새로운 선택의 폭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현재 한국의 정치문화의 지형은 날이 갈수록 극단적 대립이 증폭되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정치의 핵심부로부터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편향성이 증폭되어 급기야는 테러까지 나타나고 있는 지경입니다. 정치집단은 대중을 향해 끊임없이 동조와 공감을 요구하고, 참여집단은 내적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기편 편향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거 국면이 되면 이런 현상이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폐쇄적 정보에 의한 폐쇄적 선택을 한 유권자 개개인의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 될 가능성은 낮을 것입니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다섯 차례 대국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인들과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4대1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대국이 이루어지기 전에 서울대학교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서울대학교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반응과 심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총 다섯 번의 대국에서 승패가 몇 대 몇을 이룰지’와 ‘첫 대국결과를 본 후 다음 대국의 승패는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일반의 예측과 같은 이세돌의 승리를 예측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의 학생들이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했습니다. 연구팀은 사전에 실험대상 모두에게 인적네트워크 5명 씩 제출하도록 했고, 다섯 명 상호 간에 친밀도가 있는지 없는지를 표시했습니다. 즉 집단 내부의 친밀도의 높고 낮음을 조사한 것입니다. 알파고의 승리를 예측한 소수의 학생들은 집단 내부의 친밀도가 낮은 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독립된 개인들과 소통하는 개인이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에 더 가까이 있음을 보여준 실험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취미와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감하고 동조하면서 소속감을 갖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또 한편으로는 집단내에서 다른 도덕감과 정서로 인한 이질감이 나타날까 걱정하며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합니다. 죽을 때까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하는 인간의 숙명이긴 하지만 자신 만의 존재의 영역을 넓히는 자존감을 확보하는 것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 최철호 / 청석학원 원장

<필자소개>

청석학원 원장 최철호(전 경기도학원연합회장

*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11개학과 졸업 
 (경영학, 영어영문학, 법학, 국어국문학, 행정학, 문화교양학, 
  교육학, 청소년교육학, 중어중문학, 일본학, 관광학)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 석사